'세련됨'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면, 투렌(Touraine) 지방의 슈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 정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 해답 중 하나입니다. 독특하고 우아한 건축미로 유명한 샤토 드 슈농소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정원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흔히 보는 정원과는 배열부터 다르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루아르 계곡 슈농소 성의 정원들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며, 방문 전 꼭 알아야 할 역사와 감상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Jardin de Diane de Poitiers)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은 색과 향기가 만든 불꽃 같은 공간입니다. 프랑스 역사의 상징적 인물이자 앙리 2세가 가장 사랑했던 여성인 디안 드 푸아티에는 혁신적이고 영감 넘치는 인물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을 딴 이 정원은 바로 그녀의 완벽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의 역사
연인 앙리 2세에게 사랑의 증표로 슈농소 성을 받았을 때, 디안 드 푸아티에가 마주한 것은 소박한 채소밭에 불과했습니다. 왕과 궁정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녹지였죠. 그래서 왕의 총비를 위한 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대적인 개보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원 조성지는 해자를 건너 슈농소 성 동쪽에 위치합니다. 공사는 1551년 시작되었으며, 이 소박한 부지를 화려한 르네상스 정원으로 바꾸는 데 최소 5년이 걸렸습니다. 공사 규모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셰르 강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부지를 높이 쌓아 올려야 했습니다. 디안 드 푸아티에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건축가 필리베르 들로름(Philibert de l'Orme)과 분수 기술자 카르댕 드 발랑스(Cardin de Valence)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의 구조
8개의 커다란 삼각형 잔디밭이 정원의 뼈대를 이루며, 그 사이사이를 꽃과 관목이 늘어선 산책로가 구분합니다.
이 골목을 거닐다 보면 회양목, 사철나무, 월계수, 관목류와 주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름에 방문한다면 여름에만 피어나는 무궁화도 관찰할 수 있죠. 사방의 벽을 장식하는 장미 덤불은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에 독특한 여성적인 매력을 더합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지 않나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정원 중앙에 이르게 됩니다. 중앙에는 일정 시간이 되면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물줄기가 흐르는 분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둘러보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세요. 16세기, 디안 드 푸아티에가 셰르 강 위로 솟아오른 성과 함께 새 정원을 평화롭게 산책하던 모습이 그려질 것입니다.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Jardin de Catherine de Médicis)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 맞은편에는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이 당당히 서 있습니다. 이를 조성한 프랑스 왕비처럼 우아함을 자랑하는 이 정원은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보다 작지만 친근한 분위기를 지니며, 슈농소 성 서쪽 정면을 내려다보는 훌륭한 전망 포인트입니다. 카메라나 휴대폰을 꺼내 '여인들의 성(Château des Dames)'의 완벽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의 이야기
앙리 2세가 세상을 떠나자,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는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디안 드 푸아티에를 몰아내고 슈농소 성을 샹몽쉬르루아르 성(Château de Chaumont-sur-Loire)과 맞바꾸어, 슈농소를 다시 왕실 재산으로 되찾습니다. 이후 그녀는 라이벌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라이벌의 정원 바로 맞은편에 세워진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입니다. 두 정원의 대비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며, 왕비는 꽃과 관목이 성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자신만의 정원을 갖게 됩니다.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의 구조
단순하지만 우아한 배치는 5개의 잔디밭을 기본으로 하며, 그 중심에는 아름다운 연못이 자리합니다. 5,500㎡ 부지에 조성된 산책로는 동화 속 정원을 거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하며, 반듯하게 다듬어진 회양목 볼톱(topiary)은 이 정원에 마법 같은 분위기를 더합니다.
셰르 강 쪽으로 다가가 이 우아한 정원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클레르마탱(Clair-Matin) 장미 덤불도 놓치지 마세요. 줄기장미와 라벤더까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감각적인 향기의 여행을 선사합니다.

©플리커
슈농소 성의 그린 가든(Green Garden)
거목들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지상낙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1825년 시모어 경(Lord Seymour)이 설계한 그린 가든에는 플라타너스, 스페인 전나무, 두 그루의 더글라스전나무, 세쿼이아, 느릅나무 등 수많은 멋진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당시 슈농소 성의 소유주였던 빌뇌브 백작부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영국식 공원이 조성되기를 바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카트린 드 메디치가 손님들을 감동시키고, 축하의 순간과 자연 한복판으로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새장과 동물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러셀 페이지 정원(Jardin Russell Page)
이곳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정원 디자이너 러셀 페이지(Russell Page)를 기리는 공간입니다. 페이지가 구상했던 설계도가 발견된 후, 슈농소 성 팀은 그의 계획에서 영감을 받아 정원을 조성하며 그에 대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Dominique Cuoineau
꽃 채소밭(Flower Potager)
샤토 드 슈농소 중심부를 둘러보다 보면,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과 그곳에서 풍기는 좋은 향기를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바로 이 플라워 포타저(Flower Potager)가 성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수백 종의 꽃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곳입니다. 400그루의 장미나무가 은은한 향기로 코끝을 가득 채우고, 사과나무가 늘어선 12개의 사각형 화단이 즐거운 산책을 이끕니다.
슈농소 성의 미로(Labyrinthe)
카트린 드 메디치가 구상했던 이탈리아식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 보세요. 70헥타르 규모의 샤토 공원 안에 자리한 슈농소 미로는 저택의 자연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선사합니다. 길을 잃는 것이 걱정되신다고요? 2,000그루의 주목나무 사이에서 길을 잃더라도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슈농소 성 부동산(Domaine du Château de Chenonceau)의 심장부에서 만나는 희귀한 정원들, 채소밭, 그리고 미로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감각이 이끄는 대로 걸어보세요. 그 어떤 순간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샤토 드 슈농소는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진정한 보석입니다. 투렌 지방에는 이 외에도 발견할 성들이 많고, 즐길 활동도 무궁무진합니다. 투렌에서 완벽한 주말을 보내는 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관련 글도 함께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DRAC 센터 – 정원에서의 랑데부(Rendez-vous aux Jardins) 2013년 5월 31일~6월 2일 – 정원과 그 창작자들
슈농소 성 공식 유적지 – 디안 드 푸아티에 정원
슈농소 성 공식 웹사이트 – 카트린 드 메디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