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착한 노인'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알려면, 고대 유럽에 살았던 여러 민족들의 전통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교 전통과 기독교의 만남
로마 제국이 몰락해 갈 무렵, 유럽으로 이주한 수많은 야만족들은 자신들만의 종교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양한 전통들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같은 시기에 확장된 기독교는 이교(異敎) 종교의 신들, 축제, 신화를 기독교 세계관 안으로 흡수하는 융합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산타클로스가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산타클로스는 그리스도의 탄생 축하와 함께 이타심, 자비, 기쁨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통통한 배에 하얀 수염을 기른 이 인물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교 종교 전통이 '착한 노인'의 기원을 알려줍니다.
전설의 시작, '늙은 겨울'
야만족들이 구세계를 장악했던 시기, 12월 말 유럽을 덮치는 혹독한 추위와 식량 부족을 달래기 위한 여러 축제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 무렵 '늙은 겨울(Old Winter)' 전설이 등장했습니다. 전설 속 신사는 사람들의 집을 두드리며 음식과 술을 청했는데, 관대하게 그를 맞아준 집은 한결 온화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늙은 겨울'과 성 니콜라스의 결합은 훨씬 후대에 이루어졌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성 니콜라스는 4세기에 살았던 터키 출신의 수도사였습니다.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에게 팔려갈 위기에 처한 소녀를 돕기 위해 금화가 가득 담긴 자루를 던져 넣었고, 그 금화로 소녀의 혼수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성 니콜라스가 교회로부터 성인으로 공인된 것은 무려 5세기가 지난 뒤였습니다.
그로부터 12월 6일은 성 니콜라스의 날로 기념되었습니다. 이 날 아이들은 주교 복장을 입은 노인이 나눠주는 선물을 간절히 기다렸고, '착한 노인'이라는 개념이 첫걸음을 내디디게 된 것입니다. 고대 후기의 '늙은 겨울'에서 출발한 존재가 점차 관대하고 후한 남자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통통한 배와 하얀 수염은 어떻게 생겨났나?
19세기 말, 독일 출신 미국 만화가 토머스 네이스트(Thomas Nast)는 착한 노인의 이미지에 새로운 요소들을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에 산타클로스 그림을 연재했는데, 초기의 산타는 오늘날의 모습보다는 숲속 난쟁이에 가까웠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네이스트는 원래 디자인을 다듬어 갔고, 마침내 노인에게 동글거리는 배, 커다란 체구, 그리고 풍성한 하얀 수염이 붙게 됩니다.
네이스트의 실험 정신이 큰 토대가 되었지만, 붉은 옷의 기원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사실 여러 삽화에서 산타클로스는 이미 가지각색의 옷차림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다 1931년, 청량음료 회사 코카콜라에 고용된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 노인의 붉은 옷 패턴을 완성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의 광고 캠페인이 대중화되면서 붉은 옷의 산타클로스가 오늘날의 표준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