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아인자츠그루펜(Einsatzgruppen)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점령지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규정한 이들을 체계적으로 살해하기 위해 조직한 이동 학살 부대다. 친위대(SS) 산하에 편성된 이 부대는 소련 침공(바르바로사 작전) 당시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유대인, 공산당원, 장애인 등 100만 명 이상을 총살하고 집단 매장했다.
배경: 리벤트로프-몰로토프 조약과 바르바로사 작전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 직전, 나치 독일과 소련은 비밀리에 리벤트로프-몰로토프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소련이 독일의 유럽 정복에 개입하지 않는 대가로 폴란드 등 침략국의 전리품을 나누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941년 6월, 독일은 바르바로사 작전을 개시하며 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침공했다. 아인자츠그루펜의 본격적인 학살 작전은 이 소련 침공 단계에서 시작되었다.
하이드리히의 지휘와 임무
아인자츠그루펜은 라인하르트 트리스탄 오이겐 하이드리히(Reinhard Tristan Eugen Heydrich) 지휘하에 편성되었으며, 공식 임무는 '점령지 치안 유지'였다. 그러나 하이드리히가 1941년 7월 2일 고위 친위대 및 경찰 지도자들에게 보낸 지침에 따르면, 실제 임무는 다음과 같은 '특정 범주'의 인물을 처형하는 것이었다.
- 공산당 간부 및 급진 분자
- 당과 국가 기관에 종사하는 유대인("유대인 당 및 국가 직위자")
역사학자 필리프 부랭(Philippe Burrin)은 이 지침이 아인자츠그루펜의 임무를 보여주는 유일한 문서라고 지적한다.
학살의 확대: 포그롬과 대량 총살
초기에는 소련 공산당과 연계된 유대인이 표적이었으나, 곧 점령지 내 모든 유대인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아인자츠그루펜은 현지 반유대 정서를 부추겨 포그롬(pogrom, 조직적 반유대 폭동)을 유도하고, 유대인 거주지·회당·상점을 파괴했다. 이어서 유대인들을 집단 총살하고 시신을 대규모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또한 소련 내 요양원에 수용된 정신질환자와 신체장애인까지 총살 대상으로 삼았다.
역사적 의미: 홀로코스트의 전조
많은 역사가들은 아인자츠그루펜의 이동식 총살 작전이 훗날 나치가 건설한 강제수용소와 절멸수용소에서의 산업적 대량학살(홀로코스트)의 예행연습이자 직접적인 전조였다고 평가한다. 아인자츠그루펜의 활동은 나치의 '최종 해결(Endlösung)'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