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메가텐·페르소나 시리즈의 단골 손님, 클로토·라케시스·아트로포스! 운명의 세 여신은 정확히 어떤 존재일까?

메가텐·페르소나 시리즈의 단골 손님, 클로토·라케시스·아트로포스! 운명의 세 여신은 정확히 어떤 존재일까?

클로토(Clotho), 라케시스(Lachesis), 아트로포스(Atropos). 흔히 '운명의 세 여신'으로 불리는 이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손님입니다. 특히 아틀라스(Atlus)가 제작한 '여신전생(메가텐)' 시리즈와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는 거의 필수 멤버로 나오는데요. 세 여신을 합체하면 노른(Norns)이 된다는 설정도 팬들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실제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세 여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제우스조차 거스를 수 없는 세 여신의 결정

운명의 세 여신은 대체로 '모이라이(Moirai)'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들의 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정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는 세 여신을 밤의 여신 닉스(Nyx)의 딸로 묘사했습니다. 페르소나 3의 최종 보스로 등장해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닉스는 페르소나 3에서처럼 '죽음' 그 자체의 개념으로, 모로스(Moros), 케르(Keres), 타나토스(Thanatos), 네메시스(Nemesis), 히프노스(Hypnos) 등을 낳은 어머니입니다. 즉, 인간에게 찾아오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의 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 재앙의 여신 아테(Ate) 역시 닉스의 딸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파멸의 여신이 바로 아테였죠.

흥미롭게도 닉스 자신은 제우스의 할머니인 가이아(Gaia)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가이아와 마찬가지로 혼돈 카오스(Chaos)에서 직접 태어난 존재로 여겨집니다. 낮의 여신 헤메라(Hemera) 또한 닉스의 딸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운명의 세 여신이 제우스와 테미스(Themis)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습니다. 닉스에게서 태어난 뒤 제우스와 테미스 사이에서 다시 태어났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셈인데, 이는 신화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전승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푸른 것은 쪽에서 나왔으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말이 있듯, 신화 속에서도 신조차 거스를 수 없는 것은 바로 운명입니다. 최고신 제우스조차 기본적으로 운명의 결정에는 순응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세 여신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뉩니다.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잣고, 라케시스는 그 길이를 잴며, 아트로포스는 실을 끊습니다. '아트로포스'라는 이름 자체에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처음부터 세 여신은 본래 하나였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세 여신을 통칭하는 단수형 '모이라(Moira)'에 대한 복수형이 '모이라이(Moirai)'인데, 초기에는 운명을 관장하는 존재가 하나였다가 점차 셋으로 나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영역은 개념적인 이야기라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도 죽음을 관장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쓰러져 죽는 본능 그 자체로 여겨지기도 하고, 혼돈 카오스 역시 신이자 개념입니다. 이 지점으로 들어가면 윤리학과 철학의 세계가 되는 셈이죠.

어쩌면 그리스 신화 최강일지도?

운명의 세 여신은 원래부터 강력한 물리 공격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됩니다. 아폴론과 헤라클레스조차 힘겨워했던 기간테스(거인족)를 곤봉으로 내려쳐 죽이는 등, 생각보다 호전적인 면모를 지닌 전사이기도 합니다.

세 여신이 '최강'이라 불릴 수 있는 결정적 근거는 바로 티폰(Typhon)을 무력화한 일화입니다.

제우스는 신들 중 최강자로, 모든 신이 참가하는 최강자 결정전이 열린다면 우승 후보감입니다. 하지만 그 제우스조차 할머니 가이아가 만들어낸 궁극의 생물 티폰에게 패배한 적이 있죠.

당시 아레스, 아폴론, 아테나 같은 강대한 신들마저 티폰 앞에서 완전히 무력했지만, 운명의 세 여신은 티폰에게 '필멸자의 과일'을 먹임으로써 그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불멸의 존재였던 티폰도 필멸자의 음식을 먹으면 힘이 약해진다고 믿었던 것이죠.

이렇게 힘이 약해진 티폰은 제우스에게 최종적으로 제압되었고, 세상에는 안정과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세 여신은 그리스 신화의 진정한 최강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의 노른과의 관계

로마 신화의 신들은 기본적으로 그리스 신화와 동일하지만, 언어가 다르다 보니 발음과 표기만 다릅니다. 운명의 세 여신도 로마에서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클로토는 노나(Nona), 라케시스는 데키마(Decima), 아트로포스는 모르타(Morta)에 해당합니다.

모이라에 해당하는 존재는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북유럽 신화에도 있는데, 바로 노른(Norn)입니다. 노른은 우르드(Urd), 베르단디(Verdandi), 스쿨드(Skuld) 세 여신의 총칭으로, 운명을 관장하는 존재이자 운명 그 자체로 여겨집니다.

북유럽 신화의 주요 문헌인 에다(Edda)와 사가(Saga)가 정착된 시기는 그리스 신화보다 1000년 이상 늦습니다. 따라서 노른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며, 기본적으로 '모이라=노른'으로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틀라스는 왜 그리스 신화의 운명 3여신을 노른이라는 이름으로 합체시켰을까요? 그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한 번쯤 직접 물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사실 신화를 만들 때 다른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오는 일은 흔합니다. 구약성경의 대홍수 전설은 원래 『길가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서유기』의 손오공은 『라마야나』의 하누만과 상통하는 존재라는 설이 있을 정도니까요.

현대에도 우리는 다른 문화권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일본인들이 할로윈,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를 즐기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