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태양의 상징, 그리스 신화의 신 아폴로 이야기

태양의 상징, 그리스 신화의 신 아폴로 이야기

게임 속 최강의 적, 아폴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사가 시리즈'인데, 그중에서도 사가 2는 최고의 걸작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마지막 보스였던 방어 시스템이 그리 강하지 않았고 존재감도 작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앞선 보스가 압도적으로 더 강했죠.

가장 강력한 적은 바로 아폴로였습니다. 그는 아이기스의 방패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모든 속성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며, 상태이상에 걸리지 않는 특성으로 최강의 마법 '플레어'를 발사합니다.

얼마나 몰살당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게임에 등장하는 아폴로를 그저 하나의 캐릭터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견학 때 갔던 플라네타리움에서 아폴로가 신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렇다면 어떻게 제가 그리스 신화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아폴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우스의 아들, 올림포스 12신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와 여신 레토의 아들입니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는 아르테미스도 태어났지만, 제우스는 원래 헤라와 결혼한 사이였기 때문에 두 신의 탄생은 늘 그렇듯 헤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레토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헤라는 지상에서 출산할 장소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레토를 죽이려 거대한 뱀을 보냈습니다. 헤라는 여전히 무섭군요. 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거인을 동원해서까지 레토를 죽이려 했으니 말입니다. 중년의 질투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속아 고통받는 레토에게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결국 모든 일의 근원은 제우스가 잘못한 것이겠죠...

그럼에도 레토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로를 낳는 데 성공합니다. 아폴로는 훗날 데로스 동맹으로 유명해진 섬, 바로 데로스 섬에서 태어났으며, 제우스의 형제 포세이돈이 출산을 도왔다고 전해집니다.

아폴로가 태어난 순간 대지는 웃음꽃을 피웠고 백조들이 하늘을 뒤덮었다고 합니다. 태양의 신이라 불릴 만하죠.

아폴로는 목축과 예언의 신으로 여겨지며, 그리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델포이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 델포이의 신탁은 그리스 세계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으며, '오이디푸스 왕'에서 그려졌듯 누구도 예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어졌습니다.

각 그리스 도시국가들도 델포이의 신탁에 따라 정치를 결정했고, 이에 맞서 정치한 인물은 오직 알렉산더 대왕뿐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제우스의 아이라 믿었던 대왕은 굳이 델포이의 신탁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죠.

아폴로는 리라라는 악기를 사랑하며 음악과 시의 신이기도 합니다. 한 신이 이토록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니! 아폴로는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신입니다.

무기로는 활과 화살을 사용했는데, 인간이 단숨에 죽을 정도로 강력했기에 역병의 신으로도 여겨졌습니다.

아폴로는 지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자신의 힘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진심이 되면 주먹으로 바위를 부술 정도니, 인류 최강의 헤라클레스보다도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우스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아폴로와 헤라클레스는 신에게조차 무적이어야 할 거인 에피알테스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버지 못지않은 여자 관심

제우스처럼 아폴로도 여성을 좋아했습니다.

인간 여성들 사이에서 여러 자녀를 두었는데, 의술의 신이라 불리는 아스클레피오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장 악명 높은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에도 등장하는 카산드라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의 미모에 반한 아폴로는 그녀를 구애하기 시작합니다. "나와 사귀면 예언의 능력을 부여해 주겠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공주를 설득했지만, 카산드라는 아폴로에게 버려질 것을 예감하고 그의 구애를 거절합니다.

역시 제우스의 아들, 피는 거스를 수 없나 봅니다.

카산드라가 아폴로의 구애를 거절하자, 아폴로는 분노하여 카산드라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를 내립니다. 신이지만 그릇은 크지 않네요. 고대의 신들은 상대적으로 화를 잘 냈으니까요.

아폴로와 다프네

태양의 상징, 그리스 신화의 신 아폴로 이야기

아폴로는 에로스(큐피드)가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보고 호되게 질책했습니다. 어린아이가 그런 것을 장난감 삼아서야 되겠느냐며 말입니다.

그러자 에로스는 아폴로에게 황금 화살을, 강가에서 놀고 있던 강의 신의 딸 다프네에게는 납 화살을 쏘았습니다.

황금 화살에 맞은 아폴로는 다프네에게 사랑에 빠지지만, 납 화살에 맞은 다프네는 아폴로를 강하게 거부합니다.

아폴로는 필사적으로 쫓아갔고 다프네는 끝내 거부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빌었습니다. 아폴로가 다프네에게 손을 뻗는 순간, 다프네는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렸습니다.

슬픔에 잠긴 아폴로는 그 후로 줄곧 월계관을 쓰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