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라는 직책은 모든 외교관이 꿈꾸는 자리다. 위신도 있고, 급여도 높으며, 생활 수준 또한 보장된다. 그러나 그 해가 1942년이고, 부임지가 전쟁 중인 소련이라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1942년 2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주소련 미국 대사로 임명된 예비역 제독 윌리엄 해리슨 스탠리(William Harrison Standley)는 이를 몸소 체험했다. 그는 새 임무에서 정치적인 장애물은 물론, 뜻밖에도 '물자 조달'과 관련된 문제까지 마주해야 했다.
석탄이 필요하다고? 직접 실어 나르세요
오늘날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추축국과의 전쟁에서 연합국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던 국가의 대사관조차 생활 필수품 하나를 얻기 위해 매 순간 투쟁해야 했다. 이런 면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942년에서 1943년으로 넘어가던 무렵이었다. 보그단 그젤론스키(Bogdan Grzeloński) 교수는 저서 『나쁜 동맹국: 루스벨트의 주소련 대사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석탄과 중유는 공업 시설은 물론 난방용으로도 엄격하게 배분되었다. 대사관은 외교 사절단을 위한 특별 기구에 오랫동안 압박을 가하면서, 자기 직원들이 실내 온도가 높은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을 일일이 설명해야만 했다.

스파소 하우스(Spaso House).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 건물이다. 스탠리 재임 기간 내내 이 시설은 끊임없는 보급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결국 미국인들이 모스크바 대사관에 난방유 배정을 받아냈을 때, 그 유는 품질이 너무 나빠 난방용으로 거의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외교관들은 더 좋은 등급의 연료를 다시 요청해야 했다. 석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운송과 선적·하역 인력까지 대사관이 직접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럭은 무기대여법(Lend-Lease) 행정처에서 빌려 왔고, 스탠리의 요청으로 여성 직원을 포함한 대사관 전 직원이 하역 작업에 동원되었다.
캐비어와 샴페인… 아니면 통조림?
대사관 직원들의 식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소련 당국은 자국민뿐 아니라 외교 사절단에게도 식량 배급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외교관들과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갑자기 강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모두가 이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그젤론스키 교수는 이렇게 기록했다.
식품별 배급량은 직급에 따라 세세하게 정해졌다. 예컨대 계란은 한 사람당 한 달에 5~10개씩 배정되었지만, 외교단 전용 매점에서 계란이 품절되는 경우가 매우 잦았다.
게다가 소련 당국이 농민들에게 잉여 농산물 판매를 허용한 장(場)의 물가는 터무니없이 높았다. 미국 외교관들의 급여를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급여는 대사 1,410달러, 참사관 830달러, 2등 서기관 340달러였는데, 스탠리가 워싱턴에 보낸 보고에 따르면 소고기나 닭고기 1kg에 7달러, 햄은 8.5~10달러, 양배추나 당근 1kg에 75센트~1달러, 사과는 2.25달러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폭주하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식품은 언제나 부족했다는 점이다. 결국 대사관은 미국 본토에서 통조림과 기타 필수품을 들여오기 위해 전담 구매 담당관을 고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소련 측이 공급 물자의 상당 부분을 사치품으로 간주하고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로 인해 대사관과 소련 외무인민위원회 사이에는 끝없는 공문 왕래가 이어졌다.

끊임없는 보급 문제 탓에 대사관은 계란을 얻기 위해 닭을 치고, 도시 밖 별장(dacha) 정원에서 채소와 그린 샐러드를 재배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윌리엄 H. 스탠리가 훗날 회상했듯이, 이렇게 얻은 식량은 여러 미국 공관의 직원들을 먹여 살렸고 정부가 배정한 비용 범위 안에서 지출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아울러 "이 덕분에 완전한 빈혈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리라 확신한다"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붉은 군대가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시작하면서에야 보급 문제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스탠리는 그 시기를 눈앞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1943년 가을, 그는 후임 윌리엄 A. 해리먼(William A. Harriman)으로 교체되었다. 해리먼은 부임하면서도, 전임자가 단지 제대로 된 아침 식사 한 끼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
- Bogdan Grzeloński, Bad Allies. Roosevelt Ambassadors to the USSR(『나쁜 동맹국』), 폴란드 과학출판사 PW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