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가 고장 났고, 냉장고는 작동하지 않는데 가계 예산은 위태롭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종말의 날' 같은 상황에 딱 맞는 할머니들의 살림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모두 철저히 검증된, 실전에서 통하던 방법들입니다.
점령기 동안 주부들은 귀중한 식재료를 합리적으로 구매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했습니다. 치밀한 계획 덕분에 많은 것을 아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상점 주인들의 속임수로부터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버리지 마세요!
전쟁 중의 주부는 부엌 쓰레기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점령지의 현실에서는 무엇이 먹을 수 있고 없는지 두 번 세 번 따져봐야 했죠. 예컨대 만두를 삶은 물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원이었습니다. 전분이 녹아 나오고 이미 간이 된 이 물은 국물의 농도를 살짝 올리는 베이스로, 채소에 끼얹는 물로, 심지어 리넨 세탁물의 풀로까지 쓰였습니다.
빵 껍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소라면 샌드위치의 딱딱한 겉면을 잘라내 버렸겠지만, 점령기에는 빵 부스러기 하나도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빵 껍질은 버리는 대신 빵 수프의 재료가 되었고, 갈아서 튀김 옷으로 쓰였으며, 밀가루 대신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우유 용기를 헹군 물조차 버리지 않았습니다. 주부들은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하나는 끓는 죽이나 쌀밥에 조금씩 부어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소량 남은 우유로 피부를 가꾸는 것이었습니다. 우유로 세수를 하는 거죠.
때로는 감자가 넉넉히 들어왔고, 또 어떤 때는 마지막 껍질 하나까지 다 써야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화장품을 여유 있게 살 형편인 여성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할머니나 증조모처럼 화장품을… 부엌에서 찾았던 것입니다.
구매 계획은 언제나 세밀하게
밀가루나 곡물 같은 식재료를 소량씩 자주 사다 보면, 결국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더 적은 양을 구입하는 꼴이 됩니다.
상점에서는 이런 제품을 두껍고 무거운 종이로 만든 봉투에 담아 팔았는데, 봉투에는 풀이 드럭게 발라져 있었고, 불량 판매자 중에는 무게를 늘리려고 모래까지 뿌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1kg당 실제로 받는 설탕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반면 알뜰한 주부는 부엌 재료를 1년에 몇 차례만 구입했습니다. 항상 대량으로 사면서도, 당시 시세는 면밀히 살피며 말입니다.
묵은 빵을 사랑하세요
빵을 구입하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은 일종의 예술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맛있는 것은 갓 구운 빵이지만, 동시에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향긋하고 바삭한 갓 구운 빵은 포만감이 더디게 오기 때문에 어느새 더 많이 먹게 됩니다.
그래서 볼레스와바 카베츠카-스타르마호바(Bolesława Kawecka-Starmachowa)는 빵을 일주일에 한 번, 많아야 두 번 구입하고 건조되지 않도록 밀폐 용기에 보관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살짝 굳은 빵은 "갓 구운 빵보다 훨씬 건강에 좋고, 잘라 먹기도 편하며, 더 경제적"이었다고 합니다. 직장이나 학교 도시락용 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리를 겹겹이 쌓아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도 절약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접근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일반 매장에서 산 빵은 굽고 하루 만에 고무처럼 질겨지고, 마트의 이틀 묵은 번은 거의 씹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개량제와 방부제 없이, 천연 발효종이나 효모로 옛 방식 그대로 구운 빵은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맛있다는 사실입니다.
냉장고가 고장 났을 때는 어떻게 할까
고기가 늘 부족했던 상황에서 고기를 조금이라도 더 구하는 것은 축복과 같았습니다. 설령 한복판 한여름에 돼지고기 덩어리를 손에 넣더라도, 주부는 어떻게든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했습니다.
얼음 덩어리로 서늘함을 유지하는 냉장고를 갖춘 가정은 많지 않았고, 초기의 전기 냉장고는 터무니없이 비쌌을 뿐 아니라 잦은 정전에 시달리는 전력 공급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버터 큰 덩어리를 구했다면, 상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고기를 보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용도별로 나누어 합리적으로 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국을 끓일 고기는 삶은 뒤 소금간 한 물을 부어 서늘한 곳에 두었습니다. 국을 끓일 때가 되면 같은 냄비에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었죠. 구울 용도의 고기는 기름에 겉면을 익혀 보존하거나 식초에 절여 두었습니다. 프라이팬에 겉면만 익힌 고기는 서늘한 곳에서 사흘까지, 식초에 담근 고기는 일주일까지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보존제 없이 보존하기
점령기 주방에 등장하던 버터는 대개 암시장 거래나 밀수를 통해 입수했기 때문에 큰 덩어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십 데카그램에서 1kg에 달했으니, 오늘날 매장에서 사 오는 작은 덩어리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냉장고가 없어도 버터는 몇 주 동안 쩌내지 않고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금물에 담가 두거나, 냄비에 반죽해 넣고 축축한 양피지를 덮은 뒤 소금을 얹어 보존했습니다.
다른 동물성 지방들도 맛과 냄새가 오래 변하지 않도록 보존했습니다. 라드는 녹인 뒤 건조하고 데운 병에 붓고 단단히 마개를 막아 두었습니다.
버터 조각이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소금물에 담가 시원한 곳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진: CCA SA 3.0 라이선스, 저자 리오넬 알로르주)
베이컨은 한 번에 통째로 쓸 수 있는 크기로 잘라 소금을 듬뿍 뿌리고, 단단히 묶은 독(항아리)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주부가 만두나 감자에 베이컨 고명을 올려야 할 때는 한 조각을 꺼내 깍둑썰기 해 튀긴 뒤, 기름과 바삭하게 구운 껍질까지 함께 얹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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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자가 『주방에서 본 점령기』라는 책을 집필하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