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문명권 사람들조차 얼굴과 몸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 역시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에서 스스로를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화장은 미적 의미뿐 아니라 주술적·마법적 의미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파라오의 많은 신하들은 문자 그대로 '마법의 시선'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피라미드가 건설되기 수천 년 전, 현대적인 마스카라가 발명되기 한참 전부터 이집트 사회 모든 계층의 남성, 여성, 아이들이 화장을 했습니다. 더욱이 그들은 죽음조차 화장이라는 의무에서 면제해 주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사후 세계가 현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비슷한 물건들이 필요하리라고 믿었던 파라오의 신하들은 최후의 여정에 화장품과 화장 도구를 함께 묻혔고, 고고학자들은 무덤에서 이를 발굴합니다. 아나 루이스(Ana Ruiz)는 저서 『고대 이집트의 정신(The Spirit of Ancient Egypt)』에서 기원전 3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장품 갈이용 슬레이트 팔레트가 무덤에서 출토되었다고 소개합니다.
리사 엘드리지(Lisa Eldridge)는 저서 『페이스페인트: 화장의 역사(Facepaint. Make-up history)』에서 당시 다양한 화장 제품과 도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집트인들은 화장을 사랑하는 숙련된 화학자였습니다. 보습 크림, 콜(kohl), 립과 볼에 쓰는 블러셔, 심지어 매니큐어까지 화장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갈은 견과류나 광물 같은 천연 물질에서 얻은 가루를 팔레트, 접시 또는 숟가락 위에 펴 놓고 동물성 또는 식물성 지방과 결합해 혼합물에 적절한 질감을 부여했습니다 […].

고대 이집트의 화장 도구 세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렇게 만들어진 질감은 혹독한 아프리카 태양 아래에서 쉽지 않은 일인, 화장이 피부에 최대한 오래 유지되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화장은 여러 목적으로 사용되었기에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화장은 장식으로 여겨졌지만 동시에 마법적·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었습니다. 이집트 화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눈에 잘 띄는 요소는 단연 눈 화장이었습니다.
눈
리사 엘드리지가 『페이스페인트: 화장의 역사』에서 지적했듯이, 이 시대 미술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은 눈과 눈썹이 선명하고 강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왕들의 계곡 벽화에서 이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눈 화장은 수천 년이 지난 후 대중문화에까지 스며들었습니다. 1963년 리즈 테일러가 주연한 기념비적인 영화 속 클레오파트라,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 영화 속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유명한 흉상 속 네페르티티가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즈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가 60년대 '이집트풍 메이크업'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다면 이 강렬한 라인은 어떻게 그려졌을까요?
그 라인은 오늘날까지 화장품으로 남아 있는 콜(kohl)로 그려졌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콜은 여러 성분이 섞인 복잡한 혼합물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는 분말 금속(안티모니), 볶은 아몬드, 납, 산화 구리, 오크러(황토), 재, 공작석(말라카이트), 크리소콜라 등이 꼽힙니다.
이처럼 신비로운 이름의 물질들이 섞인 혼합물은 특수한 용기에 보관되었습니다. 사용하기 전에 물이나 기름으로 적신 뒤 전용 도포기로 발랐습니다.

네페르티티 흉상 (사진: Philip Pikart, CC BY-SA 3.0 라이선스)
마거릿 번슨(Margaret Bunson)의 『고대 이집트 백과사전』에 따르면, 얼굴 중에서도 특히 눈 부분을 꾸미는 데 많은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여기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작용했습니다. 보호 부적으로 여겨지는 라(Ra)의 눈, 곧 호루스의 눈을 재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공작석 색조의 화장은 '공작석의 여인'으로 불린 여신 하토르(Hathor)와의 연결을 보장해 준다고 믿어졌습니다.
파라오의 땅에서의 화장을 다룬 글에서 알렉산드라 할만-미코와이치크(Aleksandra Hallmann-Mikołajczyk)는 이집트 여성들이 눈에 아몬드형 곡선을 부여하려 했다고 전합니다. 속눈썹 라인을 따라 화장하고 눈꼬리를 눈썹 끝까지 길게 연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눈썹 역시 진하게 표현하고 자연스러운 결 방향으로 길게 그렸습니다. 이런 화장은 남녀 모두 즐겼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집트식 검은 라인의 이미지가 대중문화에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는 눈을 초록색으로 칠하기도 했습니다. 고고학적 발견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검은색과 초록색 두 종류의 화장품이 모두 무덤에서 출토되었습니다.
입술
이집트 발굴 조사에 따르면 붉은 립스틱의 역사는 20세기를 훨씬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천 년 전에도 입술을 붉게 물들이곤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립스틱이 담겨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통을 발견했는데, 정밀 분석 결과 그 내용물의 3분의 1이 붉은 염료인 오크러(황토)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나머지 성분에는 수지와 지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당시 립스틱의 질감이 오늘날의 것과 비슷했으며 브러시나 주걱으로 발랐다고 추측합니다. 할만-미코와이치크는 브러시로 입술에 화장하는 여성의 모습이 이집트 파피루스에 묘사되어 있다고도 전합니다.
얼굴
왕실 여성들과 상류층 여성들은 얼굴을 최대한 태양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보존된 크림 레시피가 보여주듯 피부 보습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혹독한 태양 아래에서도 이집트 여성들은 피부를 최대한 하얗게 유지하려 했고, 필요하다면 인공적으로 밝게 하여 자연을 도왔습니다. 이는 무덤 벽화에서 거의 흰 피부로 묘사된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백한 얼굴은 귀족 출신임을 보여주는 표식이었습니다. 육체노동 없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오랫동안 햇볕에 노출되지 않을 여유가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얼굴에 두껍게 파우더를 덧바르지 않았지만, 당시 회화 작품들이 보여주듯 파우더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부조에는 전용 도포기로 파우더를 바르는 여성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녀의 손에는 특징적인 파우더 퍼프가 들려 있습니다. 파라오 신하들의 얼굴에서 볼터치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1963년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리즈 테일러.
알렉산드라 할만-미코와이치크에 따르면 오크러로 만든 이 화장품은 갈이용 팔레트와 함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네페르티티 흉상을 보면 그녀의 얼굴이 분홍빛 브러시 터치를 연상시키듯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얼굴 컨투어링을 먼저 발명했다는 인상마저 받습니다.
손톱
손톱을 칠하는 것 역시 결코 현대의 발명품이 아닙니다. 이집트에서는 손톱 염색이 유행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매니큐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고, 손톱은 주로 헤나로 칠해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띠었습니다.
리사 엘드리지가 『페이스페인트: 화장의 역사』에서 강조했듯이, 색을 입힌 매니큐어는 높은 지위의 상징이었고 어두운 색은 왕족과 궁정 신하들에게만 허용되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녹슨 붉은색 손톱을, 네페르티티는 루비빛 붉은색을 좋아했다고 전해집니다.
출처
- Bunson M., 『Encyclopedia of Ancient Egypt』, Infobase Publishing, 2014.
- Eldridge L., 『Face Paint. Make-up history』, Znak Horyzont, 크라쿠프, 2017.
- Hallmann-Mikołajczyk A., "Ancient Egyptian make-up", 『Quarterly of the History of Material Culture』, 2006년 제1호.
- Ruiz A., 『The Spirit of Ancient Egypt』, Algora Publishing,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