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포르노 소설, '스탈라그'
주인공들은 독일 수용소의 간수들에게 고문당하고 성적으로 학대당하다가, 마지막에는 스스로 처형자로 돌변합니다. 통속적인 에로티시즘과 나치에 대한 잔혹한 복수가 뒤섞인 이 소설은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포그롬 포르노'는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스탈라그(Stalag)', 즉 나치 제3제국을 배경으로 한 값싼 포르노 소설은 1960년대 초 이스라엘의 기차역과 신문 가판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책들은 전직 영미권 포로들이 남긴 '진짜' 회고록이라며 선전되었습니다.
작품마다 줄거리는 비슷했습니다. 수감자가 간수의 눈에 들어 일그러진 새디즘·마조히즘적 행위의 희생자가 되고, 그 과정이 극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언론인이자 칼럼니스트인 피오트르 지호비치(Piotr Zychowicz)는 저서 『유대인 2. 정치적으로 부정확한 이야기』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이 '문학'의 작가들은 상상력이 대단했습니다. 채찍질, 성기 압박, 바닥 기어다니기, 독일 셰퍼드에게 물리기 같은 클래식한 소재 외에도 '스탈라그'에는 기발한 고문 묘사가 가득했습니다. 어느 SS 여성은 희생자의 음낭에 꿀을 바른 뒤, 분노한 말벌 떼를 그 위로 풀어놓았습니다.
하켄크로이츠, SS 룬 문자, 하이힐, 채찍과 가죽 벨트, 기관단총과 철조망 등 수많은 페티시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나치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포르노 소설? 이스라엘에서 수만 명이 읽은 스탈라그 의 실체 [18+]](https://www.historyback.com/article/uploadfiles/202207/2022072015573199.jpg)
'스탈라그'의 표지는 책 속 내용에 대해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결말 또한 늘 같았습니다. 잔혹한 복수가 벌어지고, 그때까지의 가해자들이 굴욕당하고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는 것입니다.
손색없는 돈버는 일
스탈라그에 담긴 이야기가 실화라는 주장은 물론 값싼 마케팅 수법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들은 이스라엘 현지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유대인 작가들이 필명으로 집필했죠”라고 지호비치는 설명합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문학을 '생산'하는 일이 상당히 흔하게 '돈 잘 버는 기부'로 여겨졌다고 덧붙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장르의 선구자는 폴란드 소스노비에츠 출신 유대인 예히엘 드누르(Yechiel De-Nur)였습니다. 그 역시 자신의 가상의 형제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100% 실화라고 내세웠습니다. 오스트비츠의 창관에서 매춘부로 끝났다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여동생의 이야기는 심지어 (물론 검열을 거친 뒤) 학교 독서 목록에까지 올랐습니다!
가짜 포로들의 허구적 회고록은 이스라엘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만 5천 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인구가 겨우 200만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공이었습니다”라고 지호비치는 평가합니다.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스탈라그'가 등장한 것은 1961년 4월 시작된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덕분에 홀로코스트가 이스라엘에서 다시 큰 화두가 되던 시기였습니다. 나치 장교 본인도 포르노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나치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포르노 소설? 이스라엘에서 수만 명이 읽은 스탈라그 의 실체 [18+]](https://www.historyback.com/article/uploadfiles/202207/2022072015573341.jpg)
수치심과 좌절감의 해독제?
이 책들을 특히 즐긴 독자층은 젊은 남성, 그중에서도 대학살 생존자의 아들이 많았습니다. 지호비치와의 인터뷰에서 한 독자는 이유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바로 '유대 국가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포르노그래피'였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아주 소박한 용도로 쓰였습니다. 무슨 용도냐고요? 자위할 때 흥분하기 위해서죠”라고 그는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 통속 문학에 대한 특별한 집착 뒤에 더 깊은 무언가가 있다고 봅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 이스라엘에서는 '학살에서 살아남았다면 분명 마음에 걸리는 게 있을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만연했습니다. 지호비치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적습니다.
이런 시선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들에게 전해져 수치심과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나치와 맞서 싸우지 않은, 소극적인 겁쟁이였을 부모에 대한 수치심. 그리고 친척들을 고문한 자들이 그 끔찍한 만행에 대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좌절감 (...). 책의 어린 독자들은 고문당하고 성폭행당하는 수감자들과 동일시했고, 마지막에는 복수의 달콤한 맛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나치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포르노 소설? 이스라엘에서 수만 명이 읽은 스탈라그 의 실체 [18+]](https://www.historyback.com/article/uploadfiles/202207/2022072015573429.jpg)
'스탈라그'의 등장은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과 시기가 겹쳤습니다. 바로 그 무렵 홀로코스트가 이스라엘 공론의 장으로 돌아왔습니다. 1964년 사진.
연구자들은 이 책들이 미국인이나 영국인 서술자로 위장했을 뿐, 사실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이야기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실은 포그롬의 희생자인 유대인 자신들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여론과 권력자들의 반발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스탈라그'는 온건한 형태조차 항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1963년, 유대인 여성 수용소 수감자가 주인공인 『나는 대령 슐츠의 개인 애완녀였다(I Was Colonel Schultz's Private Bitch)』가 나오자 당국이 직접 나섰습니다.
이 소설의 판매와 유통은 엄격히 금지되었고,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경찰 단속으로 기존 사본들이 압수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논란의 책들은 적절한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해 예루살렘 국립도서관에서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피오트르 지호비치, 유대인 2. 정치적으로 부정확한 이야기, 레비스(Rebi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