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의 삶에는 수많은 집착이 자리했다. 동포에 대한 무감각함과는 정반대로, 그중 하나는 바로 광신적인 채식주의였다. 그는 유럽 전역에서 육식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률까지 구상했다고 전해진다. 과연 그것은 동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던 것일까?
아돌프 히틀러가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 이른바 나치당의 수장이 된 뒤 그의 삶은 폭발적으로 가속화되었다. 『나의 투쟁(Mein Kampf)』에 담긴 철학에 따라 독일을 재건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막중한 업무는 그의 건강을 갉아먹었다. 동시에 자신이 특별한 역사적 사명을 띤 존재라는 확신은 그를 끊임없이 몰아붙였고, 때로는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초과하는 노력마저 강요했다.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 부족, 선천적인 질환, 그리고 목숨에 대한 편집증적 두려움—그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암에 걸리지 않을까 두려워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편집증 환자로 여겼다—이 모든 것이 결국 그를 견디기 힘든 한계선까지 밀어붙였다.
건강에 대한 강박, 몸이 보내는 경고
이 병들의 처방전은 마치 사탕처럼 삼키는 수십 가지 알약과, 그를 보필하던 의사들이 놓아주는 주사였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공포는 결국 총통으로 하여금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게 만들었다. 마이클 커리건(Michael Kerrigan)은 저서 『히틀러: 인간과 괴물』에서 이렇게 적었다.
히틀러가 정확히 언제 고기를 끊기로 결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생애 말기에는 확고하고 공공연한 채식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방문객에게 오직 고기 없는 요리—최고 수준의 미식 기준을 충족하는 요리—만을 내온 동시에, 새로운 식단의 장점에 대해 종종 길고 복잡하게 연설을 늘어놓았다.

히틀러는 곁의 사람들보다 저먼 셰퍼드 '블론디'를 더 아꼈다. 동물 사랑이 그를 채식주의로 이끌었던 것일까?
채식을 시작한 계기
그렇다면 이 전환은 정확히 언제 일어난 것일까? 나치즘 연구의 권위자이자 히틀러 대하전기의 저자인 이언 커쇼(Ian Kershaw)는 총통이 1931년 조카 겔리 라우발(Geli Raubal)이 세상을 떠난 뒤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중단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럴듯한 이유도 함께 제시한다.
[히틀러]는 이미 만성 위통을 앓고 있었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급성 발작으로 번졌다. 그가 복용하던 약—참호에서 무기를 닦던 유성 세척제—은 사실 온화한 독극물로서 두통, 복시, 균형 감각 상실, 이명을 불러왔다.
결국 독재자의 소화기 문제가 심화된 것이 식단 변경 결정에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념적 문제였다.
나치 = 채식주의?
독일 사회 전체를 나치 교리 아래 완전히 예속시키고자 했던 히틀러는 채식주의를 점진적으로 전 사회에 강제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1932년부터 1938년까지 '배 속의 정치적 각성'이라는 명목 아래 독일 소비자들은 점차 고기 대신 생선을 찾도록 유도되었다.
더 나아가 총통은 유럽 전역에서 동물 섭취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 강제 장치를 동원해 모든 시민의 입맛을 바꾸는 일이 가능했을지—다행히 우리는 그 답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동물, 특히 개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독재자의 개인적 성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그의 채식주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가설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언 커쇼는 히틀러가 사람보다 네발 달린 벗들을 더 좋아했다고 강조한다. '수년간 곁에 둔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는 관계의 흔적, 하물며 우정의 흔적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의 진심 어린 관심은 오직 어린 저먼 셰퍼드에게만 돌아갔다.'
마이클 커리건 역시 『히틀러: 인간과 괴물』에서 같은 취지의 지적을 한다. '수많은 역사학자들은 히틀러의 태도가 지닌 역설을 강조해 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이자 학살자 중 하나였던 그가 양 떼와 가금류의 운명을 걱정했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큰 무리 없이 단언할 수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채식주의로 전환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함께 작용했다. 독재자는 자신의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욕구와, 같은 인간보다 동물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 양날의 동기에 모두 이끌렸던 것이다.
참고 자료
- M. 커리건, 『히틀러: 인간과 괴물』, Bellona, 2019
- I. 커쇼, 『히틀러』 1~2권, Rebis, 2002
- R. 그룬베르거, 『제3제국의 사회사』 2권, PIW,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