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막시마 여왕, 라이덴 피터스커크에서 '아시아 도서관' 공식 개관

지난주 네덜란드의 막시마 여왕(Queen Máxima)이 라이덴(Leiden)의 피터스커크(Pieterskerk)에서 '아시아 도서관(Asian Library)'을 공식적으로 개관했습니다. 이곳은 라이덴 대학교 도서관의 독립 부서로, 아시아 관련 서적과 필사본이 무려 30킬로미터가 넘게 보관되어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아시아 컬렉션 중 하나로 꼽힙니다. NEMO Kennislink는 개관식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새롭게 탄생한 도서관을 살펴보았습니다.

개관식 당일 피터스커크는 라이덴 학계 인사들은 물론 해외에서 온 수많은 내빈들로 가득 찼습니다. 수년간의 리노베이션 끝에 문을 연 아시아 도서관의 공식 개관식을 위해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여왕이 입장하기 전에는 발리 음악과 춤 공연으로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춤꾼들은 리본으로 장식된 꽃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발리 사원 의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영의 춤을 선보였고, 꽃잎을 흩날리며 관객들을 환영했습니다. 낡은 네덜란드 교회의 천장 아래에서 어느새 모두가 아시아의 정취 속에 빠져든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왕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새 도서관을 미리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음악 개막에 이어 그녀는 총장(Carel Stolker), 대학도서관 관장 Kurt De Belder, 라이덴 시장과 함께 교회로 들어섰습니다. 총장은 라이덴의 오랜 아시아 연구 전통과 세계적인 전문 연구 중심지로서의 대학 명성을 강조했으며, 라이덴 박물관들 역시 아시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보물들

De Belder 관장은 컬렉션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곳의 소장품이 방대한 이유는 라이덴이 수 세기 동안 아시아를 연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른 대형 컬렉션들까지 이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시아 도서관에는 막시마 여왕이 후원자로 있는 왕립 언어·지리·민족학 연구소(KITLV)와 왕립 열대연구소(KIT)의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으며, 덕분에 라이덴은 현재 세계 최대의 인도네시아 관련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도서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두 종의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이 방대한 컬렉션을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일부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인물은 옥스퍼드 대학교 세계사 교수 Peter Frankopan입니다. 그는 올가을 스칼리제 연구소(Scaliger Institute)의 객원 연구원으로 라이덴을 다시 방문할 예정인데, 이 연구소는 대학의 특별 소장품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Frankopan 교수는 '천 년 된 산스크리트 텍스트'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자바의 왕자 디포네고로(Diponegoro, 1785~1855)의 자서전 필사본'을 비롯한 방대한 컬렉션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북한 선전 포스터 데이터베이스처럼 현대적인 자료도 함께 소장되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제프 스칼리제, 컬렉션의 초석

1593년부터 라이덴 대학교에 몸담았던 프랑스 출신 학자 조제프 스칼리제(Joseph Scaliger)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야말로 아시아 도서관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입니다. 당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그 덕분에 다른 거장들도 라이덴으로 모여들었다고 Frankopan 교수는 말했습니다. 스칼리제는 사후 동양 언어로 된 자신의 모든 필사본과 책을 도서관에 기증했으며, 이 유산은 오늘날까지 컬렉션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Frankopan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칼리제는 온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근대 유럽 언어들에 더해 아랍어, 히브리어, 콥트어까지 배웠습니다. 세계 다른 지역 학자들의 저술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것이 그에게는 필수적이었습니다. 스칼리제에게 이집트인, 유대인, 페르시아인, 바빌로니아인 같은 위대한 문명에 대한 지식 없이는 역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 메시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민족 간 불관용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호 이해가 만드는 미래

"우리는 역사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적대감에 대한 교훈만이 아니라 협력에 대한 교훈도 말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서로 무역했을 뿐 아니라 서로에게 배우고 본받으며 스스로를 발전시켰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를 수천 년간 이어온 실크로드를 예로 들며, 이 길이 비단 같은 상품만을 실어 나른 것이 아니라 '언어, 패션, 사상의 교류'의 통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상호 이해야말로 우정과 행복의 기반입니다." 그리고 그는 스칼리제의 말을 인용해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증오와 분열은 단 하나의 원천에서 비롯됩니다. 바로 무지입니다."

현명한 메시지가 이어진 가운데, 총장은 막시마 여왕에게 책 Voyage of Discovery(탐험의 항해)을 헌정했습니다. 이 책은 아시아 도서관의 풍부한 소장품을 다룬 글들을 모은 저작입니다. 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일반 방문객들도 드디어 도서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우아한 문자가 새겨진 책등이 길게 늘어선 광경은 압도적이었고, 건물 곳곳의 붉은색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열람석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책이 디지털로 제공되면서 서가 공간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열대 식물로 가득한 온실 스타일의 열람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색다른 매력을 더합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라이덴 출신 동문이었던 만큼, '다시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에 잠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