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유령 비행기'들의 기적 같은 실화

조종사가 탈출한 비행기는 반드시 추락할까?

비행 중 조종사가 낙하산으로 탈출하면 그 비행기는 반드시 추락하고 말까? 아니면 이른바 '유령 비행기'가 놀랍게도 계속 비행하며 먼 거리를 날거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 있을까? 의외로 때로는 그렇다. 역사에는 조종사를 잃고도 스스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믿기 힘든 항공 사고들의 기록이 남아 있다.

69분간 유럽 상공을 가로지른 MiG-23

조종사와 함께 이륙했지만 이후 조종사 없이 여러 나라 상공을 비행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MiG-23 전투기다. 1989년 7월 4일, 이 전투기는 폴란드 코워브제크 인근 바기치에 있던 소련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조종사 니콜라이 스쿠리딘 대령은 이륙 직후 엔진 추력 저하로 속도와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애프터버너를 가동해봤자 소용이 없었고, 기체는 명백히 지면으로 떨어질 운명이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쿠리딘은 MiG를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한 뒤 사출 탈출했다. 구조대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자신의 전투기가 이미 바다에 가라앉았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MiG는 예상을 깨고 엔진 출력과 조종성을 되찾았고, 시속 700km까지 가속하며 서쪽으로 향했다. 이 전투기는 동독, 서독, 네덜란드 상공을 차례로 통과해 마침내 벨기에까지 도달했다.

비행 도중 미군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섰지만, 잔해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것을 우려해 격추하지는 않았다. 결국 벨기에 상공에서 연료가 바닥난 MiG는 코르트레이크(Kortrijk) 시내로 추락해 그곳에 살던 19세 청년이 숨지는 비극을 빚었다. 이 전투기는 무려 69분 넘게 조종사 없이 비행한 것이다.

300km를 홀로 난 Su-35S

또 다른 사건 — 다행히 항공기 손실로만 끝난 — 은 2022년 7월 31일 발생했다. 러시아 Su-35S가 추락했는데, 조종사는 보도에 따르면 기체 결함으로 사출 탈출했다. 평범한 사고처럼 들리지만, 놀라운 점은 이 전투기가 사할린 연안 오호츠크해에 떨어지기 전까지 약 300km를 '혼자서' 비행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착륙한 루블린 R-XIII

그러나 역사상 가장 기괴한 무인 비행들은 행복하게 끝나기도 했다 — 불가능해 보이지만 말이다. 첫 번째 사례는 1931년 폴란드에서 일어났다. 주인공은 루블린 R-XIV기로, 예지 루들리키(Jerzy Rudlicki) 엔지니어가 조종 성능 개선을 위해 몇 가지 변경을 가하려던 기체였다.

루들리키는 매우 재능 있는 설계자였다 — 폴란드 최초의 접이식 랜딩기어와 이른바 '나비 꼬리(butterfly tail)'의 개발자였다. 나비 꼬리는 수평·수직 미익을 V자 형태로 배치한 독특한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고고도 폭격을 가능하게 하는 폭탄 투하 장치를 완성했고, 이는 훗날 미국 보잉 B-17 플라잉 포트리스 폭격기에 적용되었다.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유령 비행기 들의 기적 같은 실화

루들리키(왼쪽)는 폴란드 최초의 접이식 랜딩기어와 '나비 꼬리'를 설계한 재능 있는 기술자였다.

당시 그는 루블린에서 기체 동체 형상을 약간 바꾸고 에일러론을 연장했다. 항공기술연구소의 시험 비행은 예지 코소프스키(Jerzy Kossowski)가 맡았다. 그런데 어느 시도 중 그는 조종권을 잃고 만다. 조종 연결봉의 핀이 잘려나가 조종 장치가 완전히 작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코소프스키가 낙하산으로 탈출하자, 루블린은 우아하게 활공해 스스로 들판에 착륙해 버렸다! 원래 불길한 징조를 꺼려 기체에 정당한 번호 XIII를 붙이기를 주저하던 루들리키는 이제 걱정을 거두고 행운의 기체에 RXIII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행 및 착륙 특성이 매우 우수했던 루블린 R-XIII는 양산에 들어가 폴란드 연락 및 관측 비행대에 배치되었다.

동시에 두 대를 착륙시킨 조종사

두 번째 놀라운 비행은 호주 브록즐비(Brocklesby) 근방에서 벌어졌다. 두 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착륙했는데, 조종사가 탑승한 것은 단 한 대뿐이었다. 알고 보니 두 쌍발 훈련기 앤슨(Anson)은 그 전에 이미 공중에서 서로 충돌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 사건 — 문자 그대로 충돌 — 은 1940년 9월 29일, 제2항공학교 소속 아브로 앤슨 훈련기 두 대의 비행 중 일어났다. 항법사 이언 멘시스 신클레어와 휴 개빈 프레이저, 둘 다 27살이었다. 조종사들은 훨씬 어렸다 — 레너드 그레이엄 풀러는 22세, 잭 잉글리스 휴슨은 겨우 19세였다.

선회 중 조금 더 높이 날던 풀러의 기체가 위에서 휴슨의 기체로 들이받았다. 이 순간 윗기체의 엔진이 모두 정지했고, 항법사 두 명과 부상당한 휴슨은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풀러는 서로 얽힌 두 기체가 여전히 공중에 떠 있고, 자신의 기체로 조종이 가능하며, 아래쪽 무인 기체의 엔진도 아직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유령 비행기 들의 기적 같은 실화

호주 브록즐비 인근에서 벌어진 기적 같은 착륙: 두 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내려앉았지만 조종사가 있었던 것은 한 대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풀러는 감히 두 대를 동시에 착륙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는 브록즐비 근처 농장 옆, 활주로로 쓸 만한 긴 가축 방목지를 찾아냈다. 역풍을 맞으며 접근하는 데 성공했고, 아래 기체의 랜딩기어는 내리지 않은 채 강하해 착륙했다.

이제 기묘한 '이층 구조'가 된 두 대의 앤슨은 잔디 위를 약 200m 미끄러지다가 멈췄다. 두 기체 모두 수리 후 복귀했다 — 윗기체는 비행 가능한 기체로, 아랫기체는 기술 지원용으로 사용되었다. 승무원 전원이 생존했지만, 운명은 결국 영웅적인 조종사에게 자비롭지 않았다. 풀러는 1944년 3월 18일, 자전거를 타다 버스와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미스텔(Mistel): 한 명의 조종사가 두 대의 비행기를 조종하다

마지막으로 조종사가 처음에 탑승해 비행을 시작했지만, 이후 조종사 없이 원격 조종된 무인기 비행도 언급할 가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스텔(Mistel, 비공식 명칭 '피기백(piggyback)')로, 제3제국의 비밀 병기 중 하나였다.

그 구조의 비밀은 두 대의 항공기 사용에 있었다. 승무원 없이 대량의 폭발물을 싣은 하부 폭격기와, 특수 받침대 위에 얹힌 상부 전투기가 그것이다. 조종사는 공격 지역에 접근할 때까지 상부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운반체에서 분리시킨 뒤, 남겨진 폭격기를 무선으로 유도해 목표물에 충돌시켰다. 독일은 이 방식으로 선박과 오데르강·나이세강 유역의 중요한 교량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미스텔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총 약 250기가 제작되었음에도 눈부신 전과를 거두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