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속 삶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행동학자 존 칼훈(John Calhoun)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쥐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그러나 4년간의 실험이 남긴 결말은 상상 이상으로 섬뜩했다.
유토피아란 행복한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을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유토피아란 굶주림도 전쟁도 없고, 모두가 의료 혜택을 누리며 일상의 걱정거리가 사라진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아무런 고민과 딜레마 없는 세계에서 산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미국의 행동학자 존 칼훈은 바로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쥐들을 위한 유토피아를 설계했다.
그는 동물, 특히 설치류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주력한 미국의 행동학자이자 연구자였다. 그의 핵심 관심사는 동물의 행동에서 단서를 찾아 과밀화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것이었다. 흔히 '쥐 유토피아'로 불리는 이 실험은 4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꽤 섬뜩한 것이었다.
유토피아 건설의 준비
실험의 목적은 제한된 생활 공간 속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칼훈은 연구 대상으로 쥐를 선택했고, 이들을 위해 특별한 우리를 지었다. 이곳에는 먹이와 물, 그리고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되었고, 온도는 항상 20도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천적의 위협도 없었으며, 감염병으로부터 개체군을 보호하기 위한 수의학적 관리도 상시 이루어졌다.
존 B. 칼훈은 미국의 행동학자이자 행동주의 연구자였다.
이렇게 이상적, 거의 유토피아적인 생활 환경이 완성되었다. 유일한 제약은 공간뿐이었다. 우리는 최대 3,84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1단계: 적응기
실험은 1968년 7월, 암수 각각 4마리씩 총 8마리의 쥐를 우리에 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104일째까지 이어졌으며 '적응기'라고 불린다. 이 시기는 쥐들이 새로운 환경과 장소, 그리고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정하고 둥지를 짓기 시작했으며 서로 유대를 맺었다. 마침내 첫 새끼가 태어나면서 초기 연구 단계가 마무리되었다.
2단계: 급성장기
두 번째 단계는 105일부터 314일까지 지속되었으며, 자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급성장기'로 불린다. 개체 수는 55일마다 두 배로 늘었다. 이 시기에는 더 강하고 지배적인 개체들이 나타났고, 이들은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 쥐들은 이전 단계보다 사교 활동에 훨씬 적극적이었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쥐들에게는 유토피아 같은 생활 환경이 제공되었다(연출 사진).
흥미로운 점은, 이 단계가 끝날 무렵 무리 내에서 약한 위치에 있는 개체의 수가 지배적인 개체보다 세 배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우세한 쥐들은 주로 초기 세대의 나이 든 개체들이었다.
3단계: 정체기
세 번째 단계는 정체기로 불리며 315일부터 559일까지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쥐 공동체는 2,200마리라는 최대 개체 수를 기록했다. 이후 출생률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개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145일이 걸릴 정도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수컷들은 번식과 영역 방어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대신 잠을 자거나 먹이를 먹는 등 기본적인 활동과 자신의 외모·위생 관리에만 집중했다. 또한 주로 수동적인 개체를 대상으로 하는 동성애 행동이 나타났다. 반면 암컷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는데, 특히 새끼를 젖 먹이는 암컷들에서 두드러졌다. 모성 본능 역시 점차 사라졌고, 새끼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면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이 점점 더 많이 거부당하고 버려졌다. 둥지 밖에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더 이상 사회적 행동을 배우지 못했고, 이는 그들의 정서 발달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날이 갈수록 수정된 암컷의 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일부 암컷은 태아를 몸속에서 흡수하기까지 했다.
4단계: 소멸기
마지막 단계는 소멸기였다. 이는 560일부터 1588일까지 이어진, 실험 전체에서 가장 긴 기간이었다. 자연 증가율은 음수로 전환되어 태어나는 개체보다 죽는 개체가 더 많아졌고, 번식 능력 역시 상실되었다. 마지막 출산은 600일째에, 마지막 교미는 920일째에 기록되었다. 한편 이른바 '아름다운 개체(beautiful ones)'의 수는 오히려 늘어갔다. 이들은 앞서 언급된 수컷들로, 오직 잠자기, 먹기, 털을 꼼꼼히 손질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이성에 대한 관심, 영역 방어,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의지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존 칼훈은 이 실험 결과에서 현대 사회와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마지막 세대의 쥐들은 공격성뿐 아니라 사교 욕구마저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오직 자신의 욕구 충족과 외모 관리에만 신경을 썼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개체들은 연구자들에 의해 '멍청하다'라고 평가될 정도였다. 실험 1,588일째 되는 날 마지막 쥐가 죽으면서 실험은 막을 내렸다. 이 연구는 이후 여러 차례(흰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포함) 반복 수행되었지만, 결과는 매번 동일했다.
쥐 유토피아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있을까?
칼훈은 이 실험 결과에서 현대 사회와의 유사점을 읽어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먹이를 구하거나 안식처를 확보하는 등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이 사라지면 우리는 사회적 무관심에 빠지고 삶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실험의 결론이 어디까지 우리 사회에 적용될 수 있을까? 복잡한 문명과 문화를 지닌 인간이 단순히 쥐의 행동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실험은 풍요로움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건강한 유지에는 끊임없는 사회적 유대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참고 자료
- Rebecca M. Calisi, George E. Bentley, Lab and field experiments: are they the same animal?, Hormones and Behavior, No. 56, 2009.
- Did Calhoun's experiment predict the future of mankind? The "mouse utopia" nightmare, focus.pl (2022년 2월 21일 확인).
- Calhoun's experiment – can the mouse utopia show where humanity is headed?, magnifier.pl (2022년 2월 21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