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배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다
2022년 3월 5일,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경(Sir Ernest Shackleton)의 배이자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던 '인듀어런스호(Endurance)'가 웨들해(Weddell Sea) 해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미발견 난파선 중 하나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는데, 공개된 사진과 영상은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인상적입니다.
초콜릿 속 아몬드처럼 얼음에 갇히다
인듀어런스호는 노르웨이의 선박 설계사 올레 안데루드 라르센(Ole Aanderud Larsen)이 설계하고 산데피오르의 프람네스(Framnæs) 조선소에서 건조되었습니다. 길이 43.8미터, 폭 7.62미터, 무게 약 350톤 규모의 이 배는 1914년 12월 5일 남극을 향해 출항했습니다. 당시 배에는 선원 27명과 몰래 탑승한 승객 1명, 개 69마리,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탐험대장이자 연구자였던 섀클턴 경의 목표는 웨들해 연안에 기지를 세우는 것이었고, 이후 대륙 반대편 로스해(Ross Sea)까지 횡단하는 계획도 함께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1915년 1월, 배는 남극 대륙을 둘러싼 두꺼운 유빙 장벽과 마주하게 됩니다. 몇 주 동안 인듀어런스호는 고된 항해를 이어갔지만, 1월 중순 강풍이 유빙을 밀어붙이면서 결국 배는 완전히 갇히고 말았습니다. 승무원 중 한 명이었던 토머스 오르디리스(Thomas Orde-Lees)는 이 상황을 "초콜릿 한 조각 한가운데 박힌 아몬드처럼 얼음에 꽁꽁 얼어붙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선원들은 기다리기로 했지만, 혹한 속에서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인내심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을 확인한 그들은 마침내 배를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식량, 책, 옷, 도구, 기념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세 척의 개방형 구명보트를 챙겨 떠났습니다. 고양이와 일부 개들은 안타깝게도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항구를 떠난 지 거의 1년이 되던 1915년 11월 21일, 인듀어런스호는 마침내 침몰하고 맙니다. 선장 겸 항해사 프랭크 워즐리(Frank Worsley)는 기본적인 항해 도구만으로 배가 가라앉은 위치를 기록해 두었는데, 이 정보가 없었다면 배는 아마 영원히 발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1915년의 인듀어런스호
선원들은 얼음 위를 걸어 육지로 향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주일간 고작 12킬로미터를 전진한 뒤 포기하고 캠프를 설치한 채 다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듬해 4월 얼음이 깨지자 승무원들은 구명보트에 올라 노를 저으며 외지고 사람이 살지 않는 코끼리섬(Elephant Island)으로 향했습니다. 승무원들은 지쳐 있었고, 일부는 뱃멀미에 시달렸습니다. 부지휘관 프랭크 와일드(Frank Wild)는 "승무원의 절반 이상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성공합니다. 4월 15일, 그들은 마침내 육지에 닿았습니다. 약 500일 만에 처음으로 단단한 땅을 밟은 순간이었습니다.
9일간의 회복 기간 후, 섀클턴은 워즐리와 다른 선원 4명과 함께 구명보트 한 척에 올라탄 채 구조 요청을 위해 출발합니다. 거친 파도와 강풍 속 약 1,3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항해의 목적지는 남조지아(South Georgia)였습니다. 섀클턴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보트는 잿빛 위협적인 하늘 아래 거대한 파도 위에서 끝없이 요동쳤다. 바다의 모든 파도는 감시하고 피해야 할 적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16일이 걸렸습니다.

1월 중순 강풍이 유빙을 밀어붙이면서 배는 갇혔고, "초콜릿 한가운데 박힌 아몬드처럼 얼어붙었다"
경이로운 위업이었지만, 그들의 서사시 같은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섀클턴을 포함한 세 명은 남조지아의 봉우리와 빙하를 넘어 섬 반대편에 있는 포경 기지에 도달했습니다. 몇 달 뒤에는 칠레 해군 순찰선이 코끼리섬에 남겨진 나머지 승무원들을 모두 구출했습니다.
완벽하게 보존된 난파선
인듀어런스호 승무원들의 놀라운 생환기는 상당히 유명하지만, 배 자체와 침몰 지점에 대한 이야기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수년간 웨들해의 험악한 환경 때문에 난파선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민간 탐사대가 난파선을 찾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 1월, 호의적인 기상 조건 덕분에 '엔듀어런스22(Endurance22)'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쇄빙선 SA 아굴라스 2세 호(SA Agulhas II)가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Alfred Wegener Institute)의 해양물리학자 스테파니 아른트(Stefanie Arndt)를 비롯한 연구진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항해사의 기록을 활용해 최종 기록 위치에서 7.7킬로미터 떨어진, 수심 3,008미터 지점에서 배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잠자리의 발견만이 유일한 놀라운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수년간 웨들해의 험악한 조건 때문에 난파선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탐사 총괄이자 극지 지리학 베테랑인 존 시어스(John Shears) 박사는 카메라가 난파선을 포착한 순간을 "턱이 떨어질 정도의 충격"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해빙, 눈보라,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기온과 싸우며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난파선 탐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냈습니다."
배의 상태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해양고고학자 멘순 바운드(Mensun Bound)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과장 없이, 내가 본 목조 난파선 중 가장 훌륭한 배입니다. 난파선은 똑바로 선 채 해저 위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온전하고 완벽한 상태입니다."
"목재는 약간 열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숲이 없는 남극 해역에는 다른 바다에서 흔히 발견되는 동물들이 서식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에식스 대학교의 극지생물학자 미셸 테일러(Michelle Taylor) 박사가 설명했습니다.
국제 남극 조약에 따라 이 난파선은 어떤 식으로든 훼손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듀어런스호는 앞으로도 지금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됩니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2/mar/09/lost-and-found-story-of-shackleton-endurance-expedition (열람일: 2022년 3월 11일)
-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0662541 (열람일: 2022년 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