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은 꼭 감자가 아니어도 됩니다
프렌치프라이는 반드시 감자로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전쟁 중에는 호박 같은 재료로 대체해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 레시피를 굳이 살펴볼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가장 극심한 기근의 시절에 탄생한 이 대체 요리가 왜 폴란드 요리에 정착하지 못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여전히 인기 만점인 주황빛 공, 호박
폴란드에서 핼러윈 파티를 열어야 할지, 전통적인 디아디(Dziady) 행사를 지내야 할지, 혹은 모든 성인의 날 추모 행진을 해야 할지 논하던 계절은 지나갔지만, 호박은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주황색 공들이 정원과 슈퍼마켓 진열대마다 자랑스럽게 늘어서 있죠.
유명 카페 체인에서는 호박 스파이스 라떼를 맛볼 수 있고, 커리와 생강을 넣은 호박 크림수프는 쌀쌀한 가을 저녁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호박은 다시 한번 우리의 주방과 미각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집에 가져온 또 하나의 주황빛 공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저는 전쟁 시대의 요리책들을 펼쳐보았고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요리 모음집에는 어떤 형태로든 호박 요리가 등장합니다. 크랜베리를 곁들인 호박 마멀레이드, 기장을 넣은 호박 캐서롤 레시피도 있습니다. 심지어 벤조산나트륨(흔치 않던 방부제) 알약으로 풍미를 더한 호박 잼 레시피까지 존재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더 간단한 요리, 즉 호박 튀김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라면, 조리 후 감자튀김과 비슷한 모습이 나올 테니까요.

알렉산드라 자프루트코-야니츠카(Aleksandra Zaprutko-Janicka)의 책 『부엌에서 본 점령기』에 담긴 여성들의 생존 기술.
재료
호박 600g
밀가루 40g
라드 40g 또는 식용유 3큰술
소금 약간
우유 한 컵
만드는 방법
호박을 두께 1.5cm 정도의 고른 크기로 잘라 소금을 살짝 뿌린 뒤 밀가루를 고루 묻혀줍니다. 호박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튀겨낸 후 접시에 옮겨 담습니다. 그다음 팬에 우유 한 컵을 붓고 몇 번 끓여가며 농도를 줄입니다. 팬에 남은 소스를 호박 위에 끼얹으면 완성입니다(엘주비에타 키브나르스카(Elżbieta Kiewnarska)의 책 『오늘의 100가지 절약 요리』 레시피).
직접 만들어본 소감
저는 이 호박 튀김을 두 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말 그대로 연기와 함께 끝나버렸습니다. 튀기는 동안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밀가루를 묻힌 호박은 놀랄 만큼 쉽게 타버리기 때문입니다. 차를 끓이려고 잠시 팬에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을 때는 이미 건져낼 것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팬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튀긴 호박 조각들이 감자튀김과 비슷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팬에서 건져내 키친타월에 기름기를 제거하고 나니, 겉은 바삭하기는커녕 오히려 물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키친타월에서 접시로 조심스럽게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조각들은 그냥 손에서 부서져 버렸습니다.

키브나르스카의 레시피에 나오는 소스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팬 안의 내용물이 걸죽한 농도를 갖추려면 약한 불에서 꽤 오랫동안 졸여야 합니다. 우유가 기름과 볶아진 밀가루와 어우러지면 특유의 색다른 맛이 납니다. 하지만 이 소스를 호박에 끼얹어도 맛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아쉽게도 전체적으로 밋밋한 맛이었고, 잠시 후에는 접시 위의 호박과 소스가 주황빛 반죽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전시 레시피의 호박 튀김에는 확실히 개성 있는 풍미를 더해줄 양념과 곁들임이 부족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인정해야 합니다. 이 요리는 놀랄 만큼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는 점에서, 점령기의 기본 임무는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호박은 제 주방에 정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역시 저는 커리와 생강을 넣은 크림수프로 즐기는 편이 훨씬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