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복판에서도 피어난 축하의 케이크
최근 우리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폴란드에서 결혼식이 어떻게 성대하게 치러졌는지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런 축하 자리를 빛냈던 케이크 레시피를 직접 시험해 볼 차례다.
밀가루가 사라진 도시, 그리고 콩이라는 대안
독일군이 제분소를 접수하고 개인이 소유한 맷돌까지 파괴하면서 밀가루의 가격과 공급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도시 안에서는 주민들의 수요에 맞춰 곡물을 재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밀가루를 대체해야만 했다. 그 해답이 바로 평범한 흰 강낭콩이었다.
당시 요리책에는 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레시피가 수없이 실려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콩 활용이 단순한 궁여지책으로 여겨진 것이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합당한 선택이라는 근거까지 내세워졌다는 사실이다.
레시피의 출처
점령기에 유행했던 이 케이크의 레시피는 유명 요리사 엘주비에타 키브나르스카(Elżbieta Kiewnarska)의 저서 『오늘의 알뜰한 요리 100선』에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그녀의 메모를 바탕으로 아래 레시피를 재구성했다.
재료
강낭콩 20데카그램(200g)
계란 3개
설탕 20데카그램(200g)
월계수 에센스 6방울

알렉산드라 자프루트코-야니차의 책 『부엌에서 본 점령기』에 담긴 여성들의 생존 기술.
만드는 방법
콩을 하룻밤 찬물에 불린다. 다음 날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삶아 건진 뒤, 물기를 어느 정도 날려준다. 체에 걸러 으깨거나 푸드프로세서로 갈아준다. 계란을 깨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볼에 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잘 휘젓다가 갈아둔 콩과 월계수 에센스를 넣고 고루 섞는다.
흰자는 따로 단단한 거품을 낸 뒤,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콩 반죽에 섞어준다. 버터를 바르고 빵가루를 뿌린 스프링폼 팬에 반죽을 붓고 구우면 완성이다. 완성된 케이크의 맛은 밤 퓌레로 만든 밤 케이크와 비슷해야 한다. 월계수 에센스 대신 아몬드 향을 넣으면 아몬드 버전으로 즐길 수도 있다.
콩과의 사투, 무려 사흘의 기록
필자는 이 케이크를 만드는 데 무려 사흘이 걸렸다. 레시피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운 나쁘게도 아무리 삶아도 끝내 물러지지 않는 콩을 만나버린 것이 문제였다. 인기 할인마트에서 예쁜 '재스민' 품종 콩을 구입했고, 엘주비에타 여사의 지시대로 먼저 씻어 하룻밤 불렸다. 다음 날 퇴근 후 약 5시간을 삶았지만... 콩은 여전히 완강하게 질기기만 했다. 굴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사흘째 되어서야 콩을 으깰 수 있을 만큼 푹 익히는 데 성공했다. 우선 가장 쉬운 길을 택해 블렌더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나 현대 기술이 '재스민' 콩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주방 찬장 가장 깊숙한 곳에서 고기 분쇄기(어머니께 받은 선물)를 꺼내 그 힘으로 콩을 곱게 갈아냈다.
완성 후의 감상
이후에는 레시피 그대로 진행했다. 설탕에 버무린 노른자에 콩을 넣었고, 월계수 에센스 대신 아몬드 오일을 사용했다. 원조 레시피의 향료는 구하기 쉽지 않았고 시간도 촉박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몬드 버전에서는 향료를 몇 방울 더 넣어주는 것이 좋다. 본래 맛과 향이 매우 은은한 흰 강낭콩은 반죽 속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구운 후의 케이크는 가벼운 스펀지케이크와 흡사하며, 크림이나 잼을 발라 먹기에 더없이 좋다. 콩 케이크는 분명 필자의 주방 레퍼토리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다만 다음에 구울 때는 설탕 양을 조금 줄일 생각이다. 현재의 양은 너무 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