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만 해도 평균 기대수명은 특권층조차 40대를 오르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통치자들은 놀라운 장수를 누리며 나라를 수십 년간 다스렸고, 그중 일부는 아예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백성들은 비교적 짧은 삶을 살았지만, 이들은 오랜 세월 왕좌를 지켰습니다. 지금부터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 10인을 소개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10. 영국 여왕 겸 인도 황제 빅토리아(1837~1901) – 63년 216일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는 대영제국의 팽창과 더불어 '가족 가치관의 회귀'로도 기억됩니다. 18세로 즉위한 어린 여왕은 삼촌들과 형제들의 방탕한 생활을 보고 경악했고, 자신은 결코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빅토리아 여왕
남편 앨버트와 함께 이 부부는 서로 깊이 통하는 모범적인 부부의 본보기였으며, 사랑과 검소함 속에서 자녀들을 키웠습니다. 앨버트와 빅토리아는 무엇보다 화려한 파티와 세속적 유흥에서 벗어난 조용한 가정생활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9. 양시칠리아 왕국 페르디난도 1세(1759~1825) – 65년 90일
양시칠리아 왕국은 1816년부터 1860년까지 시칠리아와 아펜니노반도 남부로 구성되었던 국가로, 빈 회의 이후 나폴리 왕국이 개편된 형태였습니다.
페르디난도 1세는 두 지역을 모두 다스렸습니다. 그는 자국사나 유럽사에 특별한 발자취를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의 치세 중 가장 흥미로운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 나폴레옹 전쟁 시기였습니다.
8. 비잔틴 제국 바실리오스 2세(960~1025) – 65년 227일
바실리오스 2세는 동생 콘스탄티노스와 공동 통치했습니다. 동생은 국정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지위가 주는 특권에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불가리아 정복자' 바실리오스 2세
제국의 실질적인 통치자는 바실리오스 2세였습니다. 그의 손에 세르비아와 불가리아가 제국에 편입되었고, 비잔틴 제국은 현대 아르메니아에서 세르비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자랑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7. 비잔틴 제국 콘스탄티노스 8세(962~1028) – 66년 226일
콘스탄티노스 8세는 형 바실리오스 2세와 명목상 공동 통치를 했기에 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직접 통치를 시작한 것은 형이 사망한 뒤였습니다. 그는 눈을 뽑는 형벌을 즐겼다는 말이 전해지며, 반역 소문이라면 무엇이든 쉽게 믿곤 했다고 합니다.
6.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1848~1916) – 67년 355일
이 군주의 치세 동안 제국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1866년에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독일 제후국들 사이의 주도권을 상실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독립전쟁에서도 패해 토스카나, 롬바르디아, 베네치아를 내주어야 했습니다.
프란츠 요제프는 독일 제국과 동맹을 맺었고, 이것이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이어져 후계자 카를 황제는 퇴위를 강요당하게 됩니다.
5. 마야 도시국가 팔렌케의 군주 파칼 대왕(키니치 하나브 파칼, 615~683) – 68년 33일
그는 12세에 왕좌에 올랐습니다. 팔렌케에서 파칼 대왕은 오늘날 마야 문화 최대의 보물로 꼽히는 건축물들의 축조를 주도했습니다.

키니치 하나브 파칼
4.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1952년 즉위) – 68년 146일
1952년 2월 왕좌에 오른 26세의 엘리자베스는 광활한 대영제국의 군주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 동안 가나(1957년), 나이지리아(1961년), 바베이도스(1966년), 그레나다(1974년) 등 수십 개국이 잇달아 독립을 선언하고 영연방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파키스탄처럼 독립과 더불어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도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치세는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영국 왕실에서 신비와 위엄의 베일이 걷혀 나간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왕은 2022년 9월 96세로 서거할 때까지 재위했으며, 최종 재위 기간은 70년 214일로 역대 2위에 해당합니다.
3. 리히텐슈타인 요한 2세 후작(1858~1929) – 70년 91일
바로 이 군주의 치세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은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1866년 요한 2세는 독일 연방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요한 2세
1868년에는 군대를 해산했는데, 리히텐슈타인은 오늘날까지 자체 군대를 보유하지 않습니다. 1921년에는 헌법을 제정해 리히텐슈타인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2. 태국 라마 9세(1927~2016) – 70년 126일
이 국왕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목에 걸고 다닌 카메라였습니다. 나라의 삶과 백성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몹시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흔히 땅바닥에 앉아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목격되곤 했습니다. 라마 9세는 특히 농민 문제 해결에 헌신한 것으로 기억되며, 수도 방콕이 오늘날의 현대적 면모를 갖추는 데에도 그의 공헌이 컸습니다.
1. 프랑스 루이 14세(1638~1715) – 72년 115일
루이 14세는 스스로를 신이 지상에 보낸 대리인이자, 절대 권력을 행사할 신성한 권리를 지닌 존재로 여겼습니다. 자신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기 위해 태양을 상징으로 삼았고, 온 프랑스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지전능하고 결함 없는 '태양왕'의 이미지를 철저히 연출했습니다.

루이 14세는 스스로를 태양왕이라 불렀으며, 오늘날까지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통치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루이 14세는 'L'État, c'est moi'(국가란 곧 나다)라는 대담하고도 악명 높은 선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매우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했고, 새로운 영토를 얻기 위해 유럽에서의 무력 충돌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베르사유의 소박한 사냥용 저택을 화려한 궁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