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붕괴의 기로에 몰렸을 때, 반드시 누군가는 움직여야 한다. 극적인 사건들의 이면에는 음모가 얽혀 있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런 순간이야말로 용기와 우정, 담력과 사랑을 증명할 완벽한 무대가 된다.
1794년. 제1차 폴란드 공화국의 존속을 앞두고 있던 마지막 몇 달. 우시에솔네(Uście Solne)는 오스트리아 분할 지역의 잠잠한 소읍이다. 대장장이이자 전직 부사관인 스타니스와프 크시슈프치크에게 오랜 벗이자 포병 장교인 율리안 자크젠스키가 찾아와, 곧 시작될 봉기에 동참해 줄 것을 설득한다. 크시슈프치크는 처음에 거절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를 뜻밖에도 친구의 임무를 대신 완수하도록 몰아넣고, 결국 그는 봉기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피오트르 시비인스키의 『륀그라프』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과 어두운 음모, 그리고 코시치우슈코 암살 시도까지 얽힌 봉기 서사시다. 허구의 인물들 곁에는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국왕, 유제프 공작, 코우론타프 신부, 킬린스키 대령 등 실존 역사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사랑과 전쟁의 이야기 속에서 실제 역사와 스릴 넘치는 픽션이 교차하고, 제목이 된 '륀그라프'는 신비로운 수수께끼를 품은 열쇠가 된다. 코시치우슈코 봉기라는 격동의 사건들을 이토록 가까이서 들여다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시비인스키의 『륀그라프』는 세련된 폴란드어로 쓰였으며, 옛 폴란드어 어휘와 수많은 라틴어 문구, 과감한 표현, 그리고 듬뿍 담긴 유머 감각으로 더욱 풍성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피오트르 시비인스키의 소설 『륀그라프』(무자, 2017)에서 만날 수 있다.
눈물이 길게 흘러 덥수룩한 수염을 적셨다. 크시슈프치크는 이제 소년도 젊은이도 아니지만, 버르장머리 없이 자라 겨우 땅에서 기어 나온 새싹 같았다. 그는 군행과 소규모 접전, 위스와 강 건너편에서 모스크바 병정들과 총검으로 맞붙던 대전투들을 보아 왔다. 학업이 끝나지 못한 채 독립된 세계로 떠나야 했던 그 강 건너의 학교, 군사 훈련 때 고웬비에 근처 천막에서 보낸 절반은 집시나 진 야영 생활, 그리고 병영이 서 있던 우야조프 성까지도.
어젯밤 찾아온 친구는 지금껏 유지되던 겉으로의 평온, 세상의 권세가들에게 끌려가는 운명과 타협하던 고요한 절망의 반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두 사람이 최대의 광기를 불사할 만큼 그리워하던 추억과 모험의 열망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모험이 아니었다. 세 마리의 검은 독수리에게 찢기고 짓밟히며 해마다 야위고 축소되고, 굴욕과 치욕을 당하며 이웃 강국들의 놀음거리가 된 어머니의 안녕이 걸린, 최대의 도박이었다. 피아스트와 야기에우워, 바토리와 소비에스키의 땅은 악취 나는 고름이 밴 종기처럼 부패하여, 값싼 매춘부처럼 팔아넘기는 무리가 그 위를 마음대로 휙휙 지나갔다.
—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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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트르 시비인스키(Piotr Śliwiński) — 야기에우워 대학교 폴란드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 『지비 콩트(Dziki Kąt)』(차르네, 2007)로 데뷔했다. 언론·라디오 기자로 활동했으며, 2008년 5월 크라스니스타프에서 열린 제14회 안나 카미엔스카 시집상과 2010년 2월 자모슈치의 제22회 '데뷰트' 문학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크라쿠프에 살며, 업무 외 시간에 다음 작품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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