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에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그 주인공은 마야 문명이 아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래된 코코아 잔류물 분석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마요-친치페(Mayo-Chinchipe) 문명이 무려 5300년 전부터 이미 코코아 나무를 재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열대우림 지역의 고대 문화에서도 농업이 존재했다는 중요한 증거다.
마야보다 앞선 코코아의 역사
마야인들이 초콜릿을 즐겼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음료로 마시기도 하고, 소스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꿀이나 칠리를 곁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약 3600년 전, 현재 멕시코에 해당하는 지역의 마야 선주민들이 처음으로 코코아를 재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는 5300년 전부터 이미 코코아가 재배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코코아가 상인들을 통해 북쪽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화폐로 쓰인 초콜릿
스페인 정복자들의 기록과 코코아 잔류물이 남아 있는 마야의 컵과 그릇 등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당시 인기 음료에 대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코코아가 마야 사회뿐 아니라 수천 년 전 그 지역의 다른 민족들에게도 중요한 문화적 산물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라이덴 대학교(Leiden University)에서 신열대 고생식물학과 카리브해 고고학을 연구하며 이번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하이메 R. 파간-히메네스(Jaime R. Pagán-Jiménez)는 설명했다. "코코아는 공개 행사와 종교 축제 등 마야 의식 생활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또한 1492년 유럽의 대륙 침략 이전과 그 시기 동안 많은 마야 사회에서 코코아 콩은 화폐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최근 발견된 마요-친치페 문화(기원전 약 5500~1700년)에 속한 에콰도르의 초기 주민들은 이미 5300년 전부터 스스로 재배한 코코아 나무(Theobroma cacao)의 열매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는 여러 학문 분야의 수십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으며, 성급한 결론을 피하고 세 가지 독립적인 방법으로 이것이 더 오래된 코코아임을 입증했다.
세 가지 과학적 증거
연구진은 에콰도르의 마요-친치페 주요 거점인 산타 아나 라 플로리다(Santa Ana la Florida)에서 출토된, 코코아 잔류물이 묻어 있는 토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검출된 녹말 알갱이는 재배종 코코아 나무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코코아와 초콜릿 특유의 쓴맛을 내는 물질인 테오브로민(theobromine)의 잔류물도 발견했다. 테오브로민은 T. cacao만이 생성하며 야생 근연종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여기에 T. cacao에만 존재하는 고유 서열을 지닌 고대 DNA 조각까지 확인하면서, 세 가지 증거가 모두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복잡한 문화의 요람, 아마존
파간-히메네스는 이번 연구가 열대우림 주민에 대한 단순한 통념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상부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에서도 복잡한 문화의 발흥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산타 아나에서 코코아를 사용한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지를 세운 가장 초기의 문화 중 하나입니다. 이는 대(大)아마존이 선진 사회의 발전에 부적합한 지역이라는 기존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해당 지역은 혁신과 문화 발전에 필요한 생태적 조건이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마요-친치페 문화의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역사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과입니다."
마야와는 다른 코코아 활용법
마야와 그 남쪽 이웃들은 코코아 콩을 각기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주거지와 무덤에서 코코아 잔류물이 검출된 토기가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일상의 음료나 장례식 같은 중요한 의식에서의 요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마야의 의식·종교용 음료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제조 방식도 달랐다. 파간-히메네스는 "마야는 먼저 콩을 건조하고 볶은 뒤 발효 음료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우리가 오늘날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과는 거리가 먼 형태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