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한 동굴에서 약 3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화석이 발견되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발견은 우리 종의 탄생에 관한 기존의 정설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유해는 에티오피아에서 출토된 약 20만 년 전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현대 인류가 약 20만 년 전 현재의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탄생했다고 믿어 왔습니다. 다른 호미닌(人類亞科)보다 훨씬 발전된 도구를 사용한, 그렇게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유해가 발견된 곳은 에티오피아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에덴동산'식 사고에 따르면 인간은 비교적 갑작스럽게 진화한 뒤 아프리카 전역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는 것입니다.
초록의 사하라
그러나 2017년 6월 7일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모로코의 새로운 발견은 이러한 통념과 배치됩니다. 화석은 마라케시 근처 제벨 이르후드(Jebel Irhoud) 지역의 오래된 광산에서 출토되었습니다. 논문 저자이자 독일 라이프치히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인 장 자크 위블랭(Jean-Jacques Hublin)은, 우리 조상의 고향이 에티오피아 대신 북아프리카라는 뜻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가 한곳에서 기원했다는 이론은 내려놓아야 하며, 인류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당시 모로코 인근의 사하라는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강과 호수, 그리고 지금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푸른 대지였던 것입니다. 건조한 사하라라는 치명적인 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곳곳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 집단들이 서로 접촉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대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호미닌들과 공존하면서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각각 따로 진화했습니다. 큰 숙제는 왜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하게 생존했는가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화 중이던 뇌
이번 모로코 발굴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다섯 명의 호모 사피엔스 개체에서 나온 20개 이상의 화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개골 파편과 온전한 턱뼈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얇은 눈썹 능선을 지닌 등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을 보이지만, 두개골 용적은 더 작습니다. 즉 뇌는 아직 진화하는 중이었던 셈입니다.
또한 고고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널리 사용하던 기법으로 만든 원시적인 석기도 발견했습니다. 이 두 종이 서로 접촉해 지식과 기술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아프리카의 이 호모 사피엔스 무리는 가젤, 사자, 누를 사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골과 함께 이 동물들의 유해가 발견된 것이 그 증거입니다. 타조알도 식탁에 올랐던 음식이었습니다.
과거의 모로코 발견
제벨 이르후드는 새로운 유적지가 아닙니다. 이미 1960년대에 인간적 특징을 지닌 두개골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처음에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후에 수정되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또 다른 인류형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위블랭에 따르면 그것은 분명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입니다. 돌출된 턱 등 인간 특유의 형질을 지니고 있지만, 에티오피아의 20만 년 전 화석에서 보이는 일부 특징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는 초기 현대 인류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점진적으로 진화했으며, 대륙의 단일 지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번 발견은 이 유적지에서 신뢰성 있게 연대 측정이 이루어진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인골은 석기와 함께 당시의 지층 안에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연대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지질학자들은 여러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지층이 대기 방사선으로부터 차폐된 기간, 석기가 상당히 가열된(즉 불에 들어간) 이후 경과 시간, 그리고 발견된 이빨 하나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상당히 유사했고 우리의 선조들이 28만~35만 년 전 모로코 일대를 누비고 있었음을 밝혀냈습니다.
확실한 연대 측정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라이덴대학교 겸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의 고고학자 요세 요르덴스(José Joordens)는 "매우 훌륭하고 설득력 있는 연구"라고 평가합니다. 그녀는 이 정도 연대의 호모 사피엔스 발견은 유전학적 데이터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발견은 전체 그림에 잘 들어맞습니다."
요르덴스는 아프리카 서해안과 북해안 전역에서 초기 인류 화석이 발견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에만 너무 몰두했습니다. 훨씬 폭넓게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가 모로코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 그녀는 감격을 금치 못합니다. "아프리카 전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아프리카는 넓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라이덴대학교 고생물학자 빌 로브루엑스(Wil Roebroeks) 역시 이번 연대 측정이 "매우 견고하다"고 평가합니다. 로브루엑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집단이 아마도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살았으며, 그중 대부분은 멸종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