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술과 마약에 취해진 채 희생당하다… 500년 전 잉카 제물 아이들의 비극

500년 전 잉카인들이 신께 바친 제물 아이들은 희생되기 전 다량의 술과 코카 잎을 섭취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 구의 미라화된 아이들의 모발 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특히 희생 직전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약물이 투여되었는데, 이는 아이들이 죽음의 과정 내내 진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발 분석이 밝혀낸 진실

잉카인들은 변덕스러운 신들을 달래기 위해 그 목적에 맞게 특별히 선발된 아이들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소녀나 재능 있는 아이들이 선호되었으며, 의식에 맞춰 예쁘게 차려입고 머리 손질까지 거쳤습니다.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500년 전 제물로 바쳐진 미라 아이 세 명의 모발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세에서 13세 사이의 아이들은 술과 코카 잎을 지속적으로 섭취했으며, 죽음을 앞둔 시점에는 복용량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날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은 강한 황홀경 효과를 일으킵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앤드루 윌슨(Andrew Wilson)은 약물과 알코올이 희생 의식 당시와 수개월에 걸친 준비 기간 동안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전 연구에서도 모발 분석을 통해 아이들이 농민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사망하기 약 1년 전까지 이들의 식단은 감자 등 단순한 농산물 위주였습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해에는 식단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감자 대신 옥수수와 고기처럼 더 좋고 사치스러운 음식이 제공되었으며, 청소년 소녀의 경우 그 기간이 무려 21개월에 달했습니다.

죽음을 향한 긴 준비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떼어진 뒤 다른 선발된 아이들과 함께 격리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지만, 그 순간부터 삶은 곧 다가올 죽음, 즉 '신이 선택한 자'를 뜻하는 카파코차(capacocha) 의식에 지배당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처녀가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기에 가장 화려하게 입히고 장식했으며, 가장 오랫동안 준비되고 가장 많은 약물과 술이 제공되었습니다. 두 어린 아이들은 모발 분석 결과 희생 약 1년 전부터 의식에 합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소녀를 시중들거나 다른 방식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희생의 최종 단계는 선발된 청소년 소녀와 두 명의 어린 조력자를 울야야야이야(Llullaillaco) 화산의 무덤에 남겨두는 것이었습니다. 소녀의 시신은 외상 없이 편안한 자세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인 채, 입에 코카 잎 덩어리를 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죽기 직전 이 자세로 안치되었고, 약물과 알코올의 영향 속에서 그대로 앉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코올은 저체온 과정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두 어린 아이의 시신은 덜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몸에 밧줄이 묶인 채 발견된 소년은 질식사한 것으로 보이며, 어린 소녀는 사망 후 낙뢰를 맞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발견

1999년, 고고학자들은 아르헨티나 해발 6,739미터의 울야야야이야 화산 분화구에 있는 잉카 무덤에서 얼어붙은 아이들의 시신 세 구를 발견했습니다. 극저온 덕분에 500년 된 미라들이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이 미라들은 지금도 활발한 연구 대상이며, 잃어버린 잉카 문명과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창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미라들은 현재 아르헨티나 살타의 MAAM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