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CIA가 공개한 에어리어 51 문서, U-2 정찰기의 숨겨진 역사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정보공개법에 따른 요청에 응해 기밀 문서를 공개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됐던 네바다 사막 일대, 이른바 '에어리어 51(Area-51)'에서 군이 어떤 활동을 벌여왔는지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냉전 시기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던 U-2 정찰기가 바로 이곳에서 시험 비행을 거쳤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바다 하늘의 수수께끼 같은 빛

1950년대 네바다주 주민들은 밤이면 정부가 통제하는 사막 지대 상공에서 기묘한 빛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곧 그곳에 비밀 공군 기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빛의 정체는 계속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비밀리에 시험 중인 신형 항공기 아니냐"며 추측을 거듭했고,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정부가 그곳에 UFO를 보관하고 연구한다는 소문까지 퍼졌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어리어 51에는 UFO가 없었습니다. 다만 극비 항공기는 실재했습니다. 록히드(Lockheed)가 1950년대 극비 프로젝트로 개발한 U-2 계열 항공기가 에어리어 51에서 시험 비행을 거쳤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영국 역사학자 크리스 포콕(Chris Pocock)은 U-2의 역사를 다룬 방대한 저서 두 권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대학교 산하 연구기관인 '내셔널 시큐리티 아카이브(National Security Archive)'가 CIA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CIA가 작성한 U-2 공식 역사 문서가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U-2의 이면이 적지 않게 밝혀졌습니다.

그루머 레이크, 고공 비행 실험의 무대

CIA는 인적이 드물고 광활한 네바다의 그루머 레이크(Groom Lake) 염전 평야를 U-2 시험 비행과 전문 조종사 훈련 장소로 지정했습니다. 1955년 7월 25일 최초의 시제품이 이곳에 도착했고, 이내 본격적인 고공 시험 비행이 시작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누구도 1만 미터가 넘는 고도의 비행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U-2의 시험 비행은 수많은 'UFO 목격담'을 양산했습니다. 평균 1만 미터 고도를 운항하던 여객기 조종사들이 콕핏 위쪽 하늘에서 기묘한 빛을 발견한 것인데, 그 정체는 더 높은 고도를 날던 U-2에 반사된 햇살이었습니다.

영국과 서독으로 이어진 비밀 전개

미국은 1956년 초 U-2 정찰기를 영국 내 군사기지로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든(Eden) 총리는 러시아가 레이컨히스(Lakenheath) 기지가 정찰 비행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를 우려해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 국무부는 "정찰기는 단 한 대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네 대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서독 당국에 아무런 통보 없이 U-2를 비스바덴 인근 군용 비행장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동유럽 상공에 대한 첫 정찰 비행이 시작됐습니다. 1956년 7월 5일과 6일, U-2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상공을 비행하며 적에게 발각되지 않은 채 항공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프랑스와 중국까지 겨냥한 정찰 작전

소련 상공 비행은 러시아 측의 강한 정치적 항의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해 축소됐지만, U-2의 가치는 그 후에도 계속 입증됐습니다. 수에즈 위기, 참패로 끝난 피그만 침공을 앞둔 시기, 쿠바 미사일 위기 등 냉전의 거의 모든 결정적 순간에서 U-2가 촬영한 항공 사진은 핵심 정보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U-2는 훗날 중국 견제에도 동원됐습니다. 1962년 중국은 카슈미르 분쟁 지역을 놓고 인접국 인도와 짧지만 격렬한 국경분쟁을 벌였는데, 미국은 U-2가 중국 상공을 정찰 비행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인도를 지원했습니다. 미국이 이 중인도 분쟁에 거리를 유지했다고 여겨졌던 기존 통념과는 다른 대목입니다. 또한 인도가 미국에 제공한 기지는 이후 소련 상공 비행에도 활용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마저 정찰 대상에 올랐습니다. 1963년 드골(De Gaulle) 대통령은 프랑스가 무루로아 환초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시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해당 해역 상공을 비행한 U-2는 그해 말 진행된 실험의 준비 과정을 포착해 미국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번 문서 공개는 수십 년간 음모론의 온상이었던 에어리어 51의 실체를 짐작하게 하는 자료로, 첨단 정찰 기술의 탄생 배경과 함께 'UFO 전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