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왕들의 계곡'에서 고고학자들이 처음으로 파라오 왕족에 속하지 않은 여성의 석관을 발견했습니다. 무덤에 새겨진 비문에 따르면, 이 석관의 주인공은 네헤메스-바스테트(Nehemes-Bastet)로, 무려 3000년 전 아문 신에게 찬가를 부르기 위해 고용된 가수였습니다.
어두운 색 목재로 만들어진 이 석관은 사막 표면 약 1.8미터 아래에 위치한 무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무덤의 크기는 불과 몇 제곱미터에 불과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석관 발치에서 알록달록한 상형문자가 새겨진 나무 명판도 함께 찾아냈습니다. 비문에 따르면 이 가수는 카르나크 출신 사제의 딸이었습니다. 룩소르 근처 왕들의 계곡에 자리한 카르나크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신전 단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발견이 특별한 이유는, 왕들의 계곡에 있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무덤이 신왕국 시대(기원전 1570~1070년경)의 파라오와 그 직계 가족의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는 최고의 태양신 라(Ra)의 화신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지위 덕분에 파라오뿐만 아니라 직계 가족, 친인, 심지어 애완동물까지도 사후 미라로 만들어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며칠 안에 석관을 열 계획입니다. 이집트학자들은 석관 안에서 발견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라를 X선 장비를 활용해 정밀 조사할 예정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바젤 대학교의 이집트학자 수잔 비켈(Suzanne Bickel)에 따르면, 나무 기둥과 석관의 양식으로 미루어 볼 때 네헤메스-바스테트의 미라는 기원전 9세기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리비아 왕들이 이집트를 통치하던 제22왕조 시대의 유물입니다. 비켈은 왕들의 계곡 발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밝혔습니다.
이집트 제22왕조는 신왕국 붕괴 이후 혼란이 이어졌던 제3중간기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는 여러 차례의 전쟁과 통치자 교체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라는 리비아 계열 왕들이 다스렸지만, 카르나크 신전의 대사제들은 독립적이면서도 막강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덕분에 그들은 왕들의 계곡에 있는 묘역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비켈에 따르면 무덤 자체는 훨씬 더 오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공간은 기원전 15세기, 제18왕조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18왕조 시기에는 아케나텐, 핫셉수트, 투탕카멘 등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들이 국가를 통치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석관이 놓여 있는 잔해층 아래에서 더 오래된 무덤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발굴 허가를 둘러싼 우여곡절
수잔 비켈과 그녀의 연구팀은 이미 2011년 1월 25일, 룩소르 인근 왕들의 계곡 지표 아래에서 미지의 공동(空洞)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바로 그날, 카이로와 주변 지역에서 혁명 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발견물은 철문으로 철저히 봉쇄되었습니다. 이후 이집트의 정치적 소요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문화유산부가 새로운 발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고고학 작업은 한동안 지연되었습니다. 결국 2012년 1월 6일 갱신된 허가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이 공동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가능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