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호모 하빌리스를 둘러싼 치열한 학계 논쟁

호모 하빌리스는 정말 '인간'일까?

'손재주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는 우리 인간을 포함하는 Homo 속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자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하빌리스가 과연 진정한 Homo 속에 속하는 종일까요,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하빌리스를 우리 Homo 속의 첫 번째 종으로 간주합니다. 참고로 현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종에 속합니다.

하빌리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조상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은 하빌리스가 사실 진정한 인간 속(Homo)이 아니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부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도대체 이 원시 인류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요?

1959년 탄자니아에서의 발견

호모 하빌리스는 1959년 메리 리키(Mary Leakey)와 루이스 리키(Louis Leakey) 부부가 탄자니아에서 발견했습니다. 두개골, 치아, 손, 발의 화석 유해는 당연하다는 듯 Homo 속의 새로운 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유해 곁에서 석기 도구가 함께 발견되었기에, 이 종에는 '손재주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후 더 많은 개체가 발굴되었고, 이 종은 약 260만 년 전부터 160만 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던 시절

당시에는 하빌리스가 진정한 Homo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뇌 용량이 650cm³로, 당시 Homo 속의 특징으로 여겨지던 700~800cm³에 상당히 근접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훗날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일부 개체들조차 600~700cm³의 뇌 용량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하빌리스는 충분히 Homo의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Homo 속의 선조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의 뇌 크기가 약 400~500cm³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했습니다.

손과 발의 구조 역시 직립보행을 하는 개체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역시 Homo의 핵심 특징이었습니다. 여기에 치열과 두개골에서 발견된 유사한 형질들까지 더해지면서, 이 종을 Homo 속에 분류하는 데 아무런 이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만큼은요.

다시 제기되는 의문점들

과학자들이 호모 하빌리스의 치아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빌리스의 치아 성장 속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유인원처럼 매우 빠른 것이었습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팔이 나무타기에 많이 사용되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지상에서 직립보행을 했던 Homo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최근에는 하빌리스가 Homo가 아니라는 또 하나의 근거가 추가되었습니다. 치아에 남은 미세한 홈을 분석한 결과, 하빌리스는 잎과 과일만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식단을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유인원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와 비슷했으며, 견과류, 씨앗, 고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식단을 가졌던 호모 에렉투스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학계의 공방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호모 하빌리스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으로 재분류해야 할까요? 답은 과학계가 어떤 형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식성인가요, 뇌 용량인가요, 아니면 직립보행 여부인가요?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연구자마다 다를 수 있으며, 그래서 과학계 내부에서는 종종 일종의 '논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면 분류의 방향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쪽으로 기울었다가, 또다시 Homo 쪽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