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추억의 액자 속 이야기: 마을 전체를 구한 전설의 허스키들

AP(미국연합통신) 아카이브를 넘기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한 장의 사진을 만나게 됩니다. 1928년 10월 12일 알래스카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는 레온하르트 세팔라(Leonhard Seppala)와 그의 전설적인 허스키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19년 영화 '토고(Togo)'를 본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어렴풋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에릭슨 코어 감독의 이 영화에서 세팔라 역은 윌럼 더포가 맡았으며, 작품은 1925년 겨울 리더견 토고와 함께 펼쳐졌던 고난의 썰매 행군을 그리고 있습니다.

허스키를 서구에 알린 개조련사, 세팔라

세팔라는 1918년 가장 아끼던 개 '수겐(Suggen)'을 이끌고 첫 경주에 나섰으며, 1925년에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대업을 이뤄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개 사육사이자 조련사였던 그는 썰매 경주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허스키를 서구 세계에 처음 소개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1900년 금광을 찾아 알래스카로 이민을 떠난 그는 놈(Nome)이라는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1913년 썰매 경주를 시작해 1914년 '올 알래스카 스윕스테이크스'에 출전했고, 이 대회에서 통산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크게 알렸습니다.

영하 50도의 극한 속 생명의 릴레이, '세럼 런'

1925년, 디프테리아에 시달리던 동포들을 위해 세팔라는 혹독한 기상 조건 속에서 혈청 수송 임무에 나섰습니다. 혈청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격리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 1만 명의 목숨이 절벽 끝에 서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혈청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무려 1,100킬로미터 떨어진 네나나(Nenana)였습니다. 결국 눈보라와 영하 50도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눈길 위의 진짜 릴레이가 시작되었고, 이는 역사에 '세럼 런(Serum Run)'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가장 경험이 풍부한 썰매 운전수로 꼽힌 세팔라는 가장 험난한 구간을 맡았습니다. 그의 썰매 선두에 선 개가 바로 '토고'였습니다. 총 20명이 혈청 운송에 참여했으며, 그중 다섯 명의 썰매 운전사와 그들의 개들이 생명줄 같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유산

1921년까지 디프테리아 균으로 인해 1만 5천 명이 넘는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총 여섯 날에 걸쳐 이어진 이 전설의 질주는 오늘날까지도 매년 알래스카의 기념 행사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세팔라의 공헌은 전설적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에 의해 뉴욕에서 공식적으로 기려졌으며, '세럼 런' 마지막 구간을 이끈 리더견 발토(Balto)를 기리는 동상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세워져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