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룸(garum)은 고대 로마인들이 수많은 요리에 곁들여 먹던 생선 발효 소스입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어장(魚醬)과 비슷한 이 조미료는 로마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로마에서 가룸의 품질은 천차만별
로마 시내(Urbe)에서는 다양한 등급의 가룸을 구할 수 있었고, 그중에는 값이 매우 비싼 최고급품도 있었습니다. 제조 방식이 제각각이었고, 그 결과물의 풍미와 요리 활용도 역시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르티알리스가 전하는 가룸 만드는 법
유명한 시인 마르쿠스 발레리우스 마르티알리스(Marcus Valerius Martialis, 기원후 38년 또는 41년~104년)는 이 소스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음과 같이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정어리나 고등어처럼 기름진 생선을 준비하고, 여기에 각종 생선의 내장을 3분의 1 분량으로 더한다.
약 30리터 용량의 밀폐가 잘 되는 통이 필요하다.
통 바닥에는 딜, 고수, 회향, 셀러리, 민트, 후추, 사프란, 오레가노처럼 향이 강한 말린 허브를 한 겹 깐다.
그 위에 내장과 작은 생선은 통째로, 큰 생선은 잘게 잘라 올린다.
소금을 손가락 두 개 두께 정도로 듬뿍 얹는다.
용기 가장자리까지 이 과정을 반복해 겹겹이 채운다.
일곱 날 동안 그대로 둔다.
그 후 며칠 더 자주 저어준다.
최종적으로 꽤 걸쭉한 액체가 얻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가룸이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페니키아와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가룸과 유사한 조미료는 이미 페니키아와 그리스 요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스를 대규모로 생산하고 일상 요리에 폭넓게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로마인들이었으며, 덕분에 가룸은 고대 지중해 세계를 대표하는 조미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