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르네상스 남성 속옷 '브라게타'의 역사: 남성성을 과시하던 16세기 파격 패션

르네상스 남성 속옷  브라게타 의 역사: 남성성을 과시하던 16세기 파격 패션

위 초상화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파르미자니노(Il Parmigianino)의 작품으로, 화려한 '브라게타(braghetta)'를 착용한 당대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브라게타, 현대 잠스트랩의 조상

1500년대 유럽에서는 다소 파격적이고 위험 부담스러운(물론 지나치게 노골적이진 않은) 남성용 속옷이 널리 유행했다. 바로 브라게타다. 오늘날 잠스트랩(jockstrap)의 조상 격으로 불리는 이 의복은 단순한 속옷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

브라게타는 사타구니 부위에 착용하는, 전략적으로 솜을 채워 입체적으로 빚어낸 주머니 형태의 장식이었다. 그 목적은 명확했다.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최대한 부각하고, 뻔뻔할 정도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15세기,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하다

흥미롭게도 브라게타의 기원은 순전히 실용적인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1400년대 남성들은 두 다리가 각각 분리된 '분리형 스타킹'을 즐겨 입었는데, 이 스타킹이 덮지 못하는 하체 중앙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브라게타는 바로 이 빈틈을 가리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남성성 그 자체의 상징이 되다

그러나 16세기에 들어서며 브라게타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단순한 가림막을 넘어 남성성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덕분에 당시 초상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남성들은 브라게타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군주, 정치인, 귀족 등 권력을 쥔 남성들에게 브라게타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영국의 논쟁적이고 기벌란 군주 헨리 8세 역시 공식 초상화에서조차 브라게타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르네상스 남성 패션의 정점

이론상 속옷이지만 사실 속옷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브라게타는, 르네상스 시대 남성 패션, 특히 부유층의 패션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르네상스 패션은 소박하고 절제된 중세 패션과 달리 훨씬 더 별나고 화려하며 과시적인 성향이 강했다. 브라게타는 바로 그 시대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던 셈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는 브라게타를 '코드피스(codpiece)'라고 부른다. 16세기를 풍미한 이 독특한 유행은 세기가 저물며 점차 사그라들었고, 이후 남성 패션은 한결 절제된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