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역사는 반복된다? 157년 만에 재현된 두 살인 사건의 소름 돋는 우연

"역사는 반복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상투적인 표현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정치적 갈등, 전술적 실수, 시대를 불문하고 닮은 선택과 결정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곤 한다. 다만 대부분은 서로 먼 시대의 사건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막연한 유사성에 그친다. 그런데 약 2세기의 시간 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이, 겉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까지 놀랍도록 일치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시전설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탄생한다.

메리 애슈퍼드 – 정욕이 낳은 비극

메리 애슈퍼드(Mary Ashford)는 잉글랜드 워릭셔 어딩턴 근교, 삼촌의 농장에서 일하던 20살 하녀였다. 젊고 매력적이며 사교성 좋은 소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농장 일을 돕는 것 외에도 유제품을 지역 시장에 내다 팔며 장사를 했고, 동네에서는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존재였다.

1817년 5월 27일, 성령강림절(화이트 선데이)이던 그날 메리는 친구 한나 콕스와 함께 어딩턴의 '더 스리 턴스'에서 열린 파티에 갔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만난 두 청년과 즐거운 밤을 보냈고, 파티가 끝난 뒤 함께 자리를 떠나 산책을 나섰다. 얼마 후 두 커플은 헤어졌다. 한나는 구혼자의 배웅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고, 메리는 에이브러햄 손턴과 함께 더 외딴 곳으로 걸어갔다. 새벽 4시경 메리는 친구의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농장 출근길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아침이 밝았을 때, 그녀의 시신은 지나가던 노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157년 만에 재현된 두 살인 사건의 소름 돋는 우연

메리 애슈퍼드

부검을 진행한 이들은 성폭행을 당한 뒤 익사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비참한 밤, 소녀는 목숨과 함께 순결도 잃었으며, 시신과 옷에 묻은 핏자국 등이 그 증거로 꼽혔다. 현장에서는 발자국 흔적도 발견되었다. 이 두 가지 단서는 메리와 함께 있었던 에이브러햄 손턴에게 혐의를 씌우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손턴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예의 바른 사람으로 통했지만, 호감을 얻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미묘하게 불편한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사건 당일 손턴이 유희 중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여자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기이한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발언과 속옷에 묻은 핏자국, 신발 밑창 흔적은 그를 범죄와 직접 연결시켰고, 그는 즉각 체포되었다. 재판정에서 손턴은 자신과 메리 사이에 관계가 있었으나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이후 소녀를 친구의 집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에이브러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의 심판, 결투 재판

지역 사회는 물론 피해자의 오빠도 이 판결을 좌시할 수 없었다. 윌리엄 애슈퍼드는 항소했고, 이번에는 손턴이 나서 '결투 재판'을 요청했다. 이는 중세부터 죄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행해져 온 '신명재판'의 한 형태로, 관례상 영국법에 여전히 남아 있던 제도였다.

윌리엄은 이러한 전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 증거들은 에이브러햄의 유죄를 분명히 가리키고 있었기에, 결투를 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본 법원은 결투를 허가했다. 만약 애슈퍼드가 승리하면 상대는 즉시 유죄가 인정되어 처형될 것이고, 반대로 패배하면 손턴은 완전히 무죄가 확정될 예정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157년 만에 재현된 두 살인 사건의 소름 돋는 우연

왕립법원의 모습

메리의 오빠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그 결과 에이브러햄의 이름은 최종적으로 깨끗이 세워졌다. 흥미롭게도 이 사건은 손턴의 유죄를 확신하던 여론의 반발에 힘입어 결투 재판 제도 폐지의 계기가 되었다. 남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재판이 가져온 엄청난 세간의 비난 때문에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먼지 속에 묻혔을 것이다. 157년 후 벌어진 사건이 없었다면 말이다.

바버라 포레스트 – 역사는 반복되는가?

바버라 포레스트(Barbara Forrest)는 워릭셔 어딩턴 교외의 요양원에서 일하던 20살 젊은 여성이었다. 젊고 매력적이며 사교성이 좋다는 수식어가 어울리고, 지역에서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인물이었다. 1974년 5월 27일, 성령강림절이던 그날 바버라는 남자친구 사이먼과 함께 시내로 나갔다. 두 사람은 현지 펍을 돌며 즐거운 저녁을 보낸 뒤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고, 소녀는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157년 만에 재현된 두 살인 사건의 소름 돋는 우연

범죄를 보도한 지역 신문

며칠 뒤, 그녀의 반나체 시신이 발견되었다. 강간을 당한 뒤 목졸려 살해된 것이었다. 단서들과 목격자 진술은 수사관들을 마이클 손턴에게로 이끌었다. 그는 바버라가 아동 보호 센터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인물이었다. 바지에서 발견된 핏자국과 어머니가 제출한 거짓 알리바이를 근거로 그는 체포되었다. 그러나 이번 역시 확실한 증거의 부족으로 소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DNA 검사가 대중화되면서 바버라의 여동생은 사건 재수사와 증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도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포레스트의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다.

소름 돋는 우연의 일치

바버라 포레스트 살인 사건은 역사의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던 메리 애슈퍼드 미제 살인 사건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사건 사이에는 끔찍할 정도로 많은 공통점이 드러났다. 두 여성의 시신은 서로 300m 이상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둘 다 20살이었고, 성령강림절 저녁 파티를 즐긴 뒤 살해당했다. 흥미롭게도 성령강림절은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 이동 축일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살해된 해에는 정확히 같은 날인 5월 27일에 해당했다. 두 사건의 용의자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같은 성씨 '손턴'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157년 만에 재현된 두 살인 사건의 소름 돋는 우연

파입 헤이즈 공원,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곳

메리는 죽기 7일 전 친구에게 "다가오는 일주일에 대해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바버라는 살해 10일 전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달은 내게 불행한 달이 될 거야. 왜냐고 묻지 마." 이 사건들에 대한 대부분의 이론은 모닥불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처럼 안심하고 접어둘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한해서만큼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