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혼자들은 과연 '배신자'였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이야기할 때 흔히 구혼자들을 오디세우스를 배신한 무리로 묘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구혼자들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이후 돌아오지 못하고 이미 죽었다고 확실히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주인 없이 남겨진 왕가의 집과 재산을 노린 행위였습니다.
구혼자들의 진짜 죄악
텔레마코스 암살 음모
구혼자들이 저지른 가장 중대하고도 치명적인 범죄는 바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제거하려 한 음모입니다. 텔레마코스가 어머니 페넬로페의 재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로스와 스파르타를 방문했을 때, 구혼자들은 복귀 항로에서 그를 매복하여 죽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 관계를 넘어선 명백한 살인 모의였으며, 그들의 야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보여줍니다.
페넬로페와 왕위를 노린 야심
구혼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페넬로페와의 결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니라 이타카의 왕좌와 오디세우스의 방대한 재산, 즉 소떼, 곡물 창고, 권력까지 통째로 차지하려는 계산된 야심이었습니다. 페넬로페는 수년간 직조를 짜다 풀어버리는 기지를 발휘하며 재혼을 끌어왔지만, 구혼자들은 집안의 식량과 가축을 마음대로 탕진하며 그녀의 인내를 시험했습니다.
손님과 주인의 법을 어긴 자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졌던 것은 '크세니아(Xenia)', 즉 손님과 주인 간의 의무였습니다. 구혼자들은 오디세우스의 집에 머물면서 주인의 환대를 받으면서도 그의 재산을 갈취하고, 그의 아들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윤리를 넘어 신들의 질서마저 거스르는 만행이었고, 결국 귀환한 오디세우스가 그들을 일망타진하는 대가로 이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구혼자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그의 부재를 틈타 가족의 생명과 왕가의 재산을 강탈하려 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죄악이야말로 『오디세이아』의 결말에서 그들이 응당한 보복을 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