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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남북조의 미친 군주들! 스스로를 '우주대장군'이라 칭한 후경(侯景) 이야기

위진남북조의 미친 군주들! 스스로를  우주대장군 이라 칭한 후경(侯景) 이야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권력이 클수록 한번 미쳐 날뛰면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며, 권력이 한곳에 집중된 국가에서는 기괴한 군주가 등장하는 일이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로마 황제들의 광기는 남다릅니다. 단순한 폭군 수준이 아니라, 미친 황제들의 행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특히나 광기 어린 군주들이 많았던 위진남북조 시대에서 등장한 '우주대장군' 후경(侯景)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위진남북조

위진남북조는 중국 역사에서 미친 군주들이 가장 많았던 시대로, 세계사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근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갈량 사후의 삼국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마의가 위(魏)를 상대로 일으킨 쿠데타가 성공했고, 그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이 삼국을 통일하여 통일 왕조 진(晉)을 건국했습니다.

중국에서 새 왕조가 탄생할 때는 전 왕조의 실패를 교훈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漢)나라는 지방 세력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준 탓에 멸망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진의 무제(武帝)는 종실들을 지방에 봉해 황권을 보좌하게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낳았습니다.

사마씨 일족은 황제 계승권을 두고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팔왕의 난(八王之亂)이 대표적인 예로, 덕분에 국력은 크게 쇠퇴했습니다. 오랜 삼국시대의 전란으로 인구는 급감했는데, 통계에 따르면 인구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한족 전체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주목한 것이 흉노·선비·갈·저·강이라 불리는 주변 민족, 이른바 오호(五胡)였습니다. 이들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겨 차례차례 침략해 들어왔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조조와 원소 같은 강력한 인물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그들은 움직이지 못했지만, 진나라가 내분에 빠지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영가의 난(永嘉之亂)이 바로 그 사건입니다.

그 후 사마씨의 생존자들은 옛 오나라의 수도였던 건강(建康)에서 동진(東晉)을 세웠습니다.

삼국시대부터 다음 통일 왕조가 성립하기까지의 시기는 전반부의 오호십육국 시대와 후반부의 위진남북조 시대로 나뉩니다.

도입부가 길었지만, 요컨대 혼란 그 자체인 시대입니다. 이제 이 혼란을 한층 더 가속화시킨 후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위에서 양(梁)으로

위진남북조의 미친 군주들! 스스로를  우주대장군 이라 칭한 후경(侯景) 이야기

후경의 출생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없지만, 출신은 한족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대에는 동화 정책의 영향으로 오호라 불리던 민족들이 한족과 같은 방식으로 생활하게 되었고, 혼혈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무렵에는 그런 혈통 구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후경은 북위의 군사령관 이주영(爾朱榮) 휘하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불행히도 북위는 동·서로 분열되었고 그는 하남 지역에 파견된 동위(東魏)의 장군이 되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그는 반역 기질이 드러나기 시작해 동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킵니다. 당연히 실패했고, 그는 한족 국가인 양(梁)으로 망명하기로 결심합니다. 양은 이런 인물들을 자주 받아들였습니다. 북방이 험악했지만, 남조 역시 이 시대 특유의 기인들이 넘쳐나던 곳이니 인물들은 대체로 별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후경은 다시 동위에 도전했지만 허무하게 패배합니다. 그리고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양의 종실 한 명에게 꼬셔져 함께 건강을 공격하려 듭니다.

양은 이에 맞서 공성전을 벌이지만 식량이 떨어지면서 한 번 화친에 합의합니다. 그러나 후경은 다시 양을 공격합니다. 여포도 이만큼 난잡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대로 승리합니다. 양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의아할 정도지만, 당시 성내의 참상은 여기 적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지옥은 지하가 아니라 이 세상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족 최후의 보루였던 양은 동위에서 넘어온 이름 없는 늙은 장수의 손에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황족도 아닌 후경이 군주가 될 수 있을까요? 그는 스스로를 '우주대장군'이라 칭했습니다.

우주대장군. 동서양을 통틀어 이토록 터무니없는 칭호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칭한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합니다. 우주대장군(웃음) 신세임에도 아무도 이 남자의 폭주를 막지 못했습니다. 간문제(簡文帝)의 명령에도 불복해 다른 황제를 옹립했고, 마침내 선양(禪讓)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밟아 스스로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리수가 오래 지속될 리 만무했습니다. 그는 양의 황족에게 허무하게 패배했고, 본디 전투에는 약했던 이 남자는 이윽고 자신의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후경에 대한 평가

한마디로 그저 멍청이입니다.

그는 순전히 본능대로 사는 인간이었으며, 역사상 드물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암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능한 인물이 잠깐이나마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양나라의 응집력이 바닥나 있었고, 진나라처럼 황족 간의 후계자 다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라가 오래 지속될 리 없었습니다. 양은 후경이 죽은 지 6년 만에 멸망합니다. 게다가 그 짧은 기간 동안 무려 4명의 황제가 즉위했다니, 더욱 소름 돋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