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시대 건축사 시리즈, 오늘은 천황께서 거처하시던 궁궐, 헤이조 궁(平城宮)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현재 나라현에 있는 헤이조 궁터 역사공원에서는 스자쿠몬(朱雀門)과 제1차 대극전(第一次大極殿)이 복원되어 있어 누구나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복원 사업을 맡은 곳은 다케나카 한베이(竹中半兵衛)와 인연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초대형 종합건설사, 다케나카 공무점(竹中工務店)입니다. 역사와 현대 기술이 만난 색다른 조합이라 할 만합니다.
헤이조 궁의 구조
헤이조쿄(平城京)의 정문인 라슈몬(羅城門)에서 남북으로 뻗어 있는 스자쿠 대로(朱雀大路)를 북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면, 헤이조 궁의 정문인 스자쿠몬에 도착합니다.
스자쿠몬을 지나 잠시 걸으면 중앙구(中央區)의 조도인(朝堂院)이 나타나고, 그 뒤편에는 대극전(大極殿)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래 배치도는 나라문화재연구소 팜플렛을 참고한 것입니다.)
* 참고로 제1차 대극전과 제2차 대극전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나라 시대 전반에는 제1차 대극전이, 후반에는 제2차 대극전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배치 차이를 실제로 확인해 보고 싶은 분들은 나라문화재연구소 공개 사이트의 '헤이조 370호 조사 [그림 1 헤이조 궁의 구조]'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도인(朝堂院)의 역할
스자쿠몬 바로 안쪽에 위치한 중앙구 조도인은 각 성(省)의 관리들이 아침마다 출석하던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다이조사이(大嘗祭)를 비롯한 국가 의례와 연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동구(東區)의 조도인은 전통적인 정치 공간으로 기능했습니다.
여기서 다이조사이란, 천황이 즉위한 뒤 처음으로 신에게 새 곡식을 바치고 신과 함께 그 곡식을 나누어 먹는 의식을 말합니다. (역시 나라문화재연구소의 헤이조 궁 중앙구 조도인 조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대극전(大極殿), 궁정의 중심
중앙구 조도인 더 뒤편에 있는 대극전은 궁정의 중심 건물입니다. 국가 의례도 여기서 거행되었지만, 특히 즉위식이나 외국 특사 접견과 같이 격이 높은 궁정 의례가 열렸던 곳입니다.
성무 천황(聖武天皇)이 구니쿄(恭仁京)로 천도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후에는 제1차 대극전에서 의례가 열리지 않게 되었고, 그 기능은 동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대극전을 감싼 벽돌 담의 비밀
흥미로운 점은, 대극전 주변에는 '센(磚)'이라 불리는 벽돌을 쌓아 만든 높이 2m의 담장이 무려 100m에 달하게 둘러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벽돌 담은 대극전을 더욱 위엄 있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 벽돌은 헤이조 궁에서는 담장 재료로 쓰였지만, 사찰에서는 바닥 재료로 활용되었습니다. 이 기술 역시 중국에서 전해진 것입니다.
일본 건축과 벽돌의 흥망성쇠
일본은 점토가 풍부하기 때문에 이 시대 이후에도 벽돌 건축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벽돌은 점차 사라졌고, 헤이안 시대에는 크게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벽돌 건축물이 근대 건축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많은 건물에 실제로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벽돌은 곰팡이의 온상이 되어 관리가 어려웠고, 관동 대지진에서는 목조 건축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벽돌 구조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순수 벽돌 축조 방식은 다시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더 알아보기
헤이조 궁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나라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헤이조 궁 박물관 웹사이트나 국토교통성의 국립 헤이조 궁터 역사공원 공식 사이트 등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