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이미지는 우라베 연구소에서 인용했습니다.)
일본 성곽은 축조된 지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이 분류를 먼저 기억해 두면 이해가 훨씬 쉽습니다.
- 산에 축조된 성 ⇒ 야마시로(山城, 산성)
- 구릉지를 활용한 성 ⇒ 히라야마성(平山城, 평산성)
- 평지에 축조된 성 ⇒ 히라조(平城, 평성)
산성에서 평성·평산성으로의 변천
무사 계급이 탄생한 헤이안 시대 말기에는 아직 성이라 부르기 어려운 평지 저택이 주류였습니다. 그러다 가마쿠라 시대부터 산을 이용한 야마시로(산성)가 본격적으로 축조되기 시작합니다.
산성은 대군이 침공했을 때 산으로 피신해 농성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남북조 시대의 동란을 거쳐 전국시대가 되면 각지의 다이묘들이 산성을 짓기 시작했는데, 산 외에도 지형적 장애물을 활용할 수 있다면 히라조(평성)나 히라야마성(평산성)도 함께 축조했습니다.
전국시대에도 철포(화승총)가 등장하기 전까지 산성은 그 시대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도요토미 정권 이후에는 더 이상 새로 축조되지 않았습니다. 철포가 주력 무기가 되면서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하면 장전이 어려워져 위에서 아래로 사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가신들을 평지에 거주시켜 통제하는 통치 방식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평지에 성을 짓는 것이 보편화됩니다.
단순히 '평지'라고 해도 일본에는 구릉이 있는 평야가 많아, 실제로 많은 성이 히라야마성(평산성) 형태를 띠었습니다.
그렇다면 순수한 히라조(평성)는 어디에 지어졌을까요? 바다, 강, 저습지 같은 자연 장애물을 방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곳에 주로 축조되었습니다. 근대 성곽의 기본이 된 것은 평산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저차를 무기로 대군을 격퇴하는 산성의 특징
* 상단 이미지: 우에스기 겐신의 카스가야마성
산이 많은 일본에서는 대군에게 공격당했을 때 산으로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 산 위에 진지를 확보하면 무기를 쓰지 않고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적에게 돌과 통나무를 굴리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산성은 독립봉보다는 쿠루와(曲輪)*를 만들기 쉬운, 등선이 길고 가느다란 유형의 산이 많이 선택되었습니다. 센고쿠 다이묘로 유명한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 역시 산성 형식의 성을 사용했습니다.
* 쿠루와(곽) = 흙벽, 석벽, 해자 등으로 성의 내외를 구분한 구역을 가리키는 총칭
산성이라고 한입으로 말해도 두 가지 유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산록에 저택을 두고 산정만 요새화한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가신 저택을 포함해 산 전체에 여러 쿠루와를 배치한 유형입니다.
다케다 신겐의 츠츠지가사키관이 전자에 해당하고, 우에스기 겐신의 카스가야마성이 후자에 해당합니다. 카스가야마성은 산 전체를 성으로 만들고 겐신 자신도 산정에 거처를 마련한 성이었습니다.
평야의 구릉을 활용한 하이브리드형 평산성
평산성은 구릉성(丘城)이라고도 불립니다.
구릉 전체를 감싸는 해자를 파야 하므로 대규모 공사가 필요합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얻는 결실도 컸습니다. 철포 운용이 용이하고 방어력도 뛰어났으며, 가신들을 주변에 거주시킬 수 있어 대규모 성시(城下町) 운영도 가능했습니다. 산성의 방어력과 평성의 규모를 모두 갖춘 이상적인 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산성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구릉의 능선을 이용해 성의 중심부를 만들고 성주의 거처는 산록에 두는 유형이며, 다른 하나는 구릉 전체를 깎아내 계단식으로 쿠루와를 둘러싼 유형입니다.
의외의 장애물로 방어되는 평성
전국시대에 산성이 많이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평성이 지어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자연 지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산만이 아닙니다. 강, 호수, 습지 같은 장애물을 방어 수단으로 삼은 성도 많았습니다.
특히 저습지는 배가 좌초해 접근하기 어려워 매우 효과적인 장애물이었습니다. 다만 주변에 장애물이 없다면 해자 등으로 성 전체를 둘러싸는 총윤곽식(総輪郭式)이 평성의 표준 사양이 되었습니다. 이 형식은 야마가타성, 요네자와성, 쓰루오카성 등 야마가타 지방의 성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니조성, 슨푸성처럼 도쿠가와 가문이 축조한 성도 있습니다. 이들 성은 방어 목적보다는 권력의 상징으로서 도시 한가운데 세워진 것이 특징입니다.
이 총윤곽식은 기존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변형이 존재합니다. 평성이라고 해도 장기 공성전을 버틸 수 있는 성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