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역사

건물도, 아이도 배송했다? 100년 전 미국 우편 서비스(USPS)의 실화 같은 황당한 소포 배달 이야기

우리나라 우체국 서비스를 나무랄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 우편 서비스(USPS)와 비교할 만한 곳은 없습니다. 물론 기준은 100년 전 이야기지만요.

1913년, 미국에서 소포 배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소규모 농민과 상인들이 집을 떠나지 않고도 전국 어디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소포 배송이 대중화되었고, 이는 침체되던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게다가 가격은 매우 경쟁력 있었죠. 평소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약품이나 각종 물품들도 문제없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법이 만들어지면 그 틈을 파고드는 사람이 반드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유타주 버널(Vernal)은 인구가 감소하던 작은 마을이었지만, 당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업가 윌리엄 H. 콜타프(William H. Coltharp)는 마을에 벽돌 건물을 짓고 은행까지 개설하기로 결심합니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벽돌 공장이 약 200km 떨어진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운송 수단을 이용했다면 벽돌 가격이 무려 4배나 뛸 상황이었죠.

건물도, 아이도 배송했다? 100년 전 미국 우편 서비스(USPS)의 실화 같은 황당한 소포 배달 이야기

그러나 콜타프는 남다른 통찰력을 발휘합니다. 당시 우편 요금이 워낙 저렴해서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는 건물에 필요한 벽돌 80,000개를 우편으로 보내기로 하고, 비용을 꼼꼼히 계산했습니다. 규정상 벽돌은 50파운드(22.5kg)를 넘지 않는 상자에 완벽하게 포장해야 했기에, 그는 하루에 40개의 상자씩 보내기로 했습니다. 숫자는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벽돌의 여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km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우체국이 정한 노선에 따라 여러 차례 환승하며 기차로 총 640km를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이런 고된 배송에 시달린 우체부들은 결국 우정청장 앨버트 S. 버레슨(Albert S. Burleson)에게 항의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이런 방식의 배송이 서비스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진행 중인 벽돌 배송은 모두 완료하도록 허용했지만, 규정을 수정해 발송인당 하루 최대 90kg으로 제한했습니다.

"건물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것은 미국 우정청의 의도가 아니었다."

결국 윌리엄 H. 콜타프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우편으로 보낸 것입니다. 은행은 다음 해에 완공되었고,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 '소포 우편 은행(Parcel Post Bank)'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건물은 지금도 남아 있으며, 여전히 은행으로 영업 중입니다.

건물도, 아이도 배송했다? 100년 전 미국 우편 서비스(USPS)의 실화 같은 황당한 소포 배달 이야기

시온 소포 우편 은행(Zion Parcel Post Bank), 버널

앞서 말했듯이 과일, 버터, 채소, 병아리 등 다양한 것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배송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까지 우체국으로 보내졌다는 증거가 실제로 남아 있습니다. 국립우편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에 따르면, 1914년 2월 19일 아이다호주 그랜지빌에서 루이스턴으로 보내진 가장 기이한 소포 중 하나가 등장합니다. 무게 21.8kg의 이 '소포'의 정체는 바로 4세 소녀 메이 피어스토프(May Pierstorff)였습니다.

소녀의 부모는 딸을 조부모님께 보내고 싶었지만 기차표 값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했고, 우편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그녀의 옷에 우표 53센트 어치를 붙인 뒤 소포로 부쳐버린 것입니다. 소녀는 승객용 객차가 아닌 우편차에 실려 같은 기차로 이동했으며, 우편 종사자 레너드 모첼(Leonard Mochel)이 조부모님 댁까지 무사히 배달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우정청이 개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는 아이를 우편으로 보내는 행위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참고: 아래 사진은 메이의 배송 물품과 일치하지 않으며, 해당 시기를 대표하는 자료입니다.)

건물도, 아이도 배송했다? 100년 전 미국 우편 서비스(USPS)의 실화 같은 황당한 소포 배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