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1861~1865)은 전장에서만 싸운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음지에서는 북군(연방)과 남군(남부연합) 양측을 위해 활약하는 여성 첩보원들이 존재했습니다. 당시 여성은 전투 참여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무기가 되었습니다. 여성은 경계 대상에서 자유로워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남북전쟁의 역사를 뒤바꾼 대표적인 여성 스파이 여섯 명을 소개합니다.
1. 로즈 오닐 그린하우(Rose O'Neal Greenhow, 1817~1864)
'와일드 로즈(Wild Rose)'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린하우는 워싱턴 D.C. 사교계의 유력 인사이자 남부연합의 핵심 스파이였습니다. 그녀는 수도 한복판에서 첩보 네트워크를 조직해 북군의 부대 이동, 군사 작전 계획, 정치적 동향 등 기밀 정보를 남부연합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특히 1861년 제1차 불런 전투에서 북군의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려 남군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2. 벨 보이드(Belle Boyd, 1844~1900)
'셰넌도어의 세이렌(Siren of the Shenandoah)'이라 불린 보이드는 남부연합을 위해 활동한 가장 대담한 첩보원 중 한 명입니다. 겨우 17세에 첩보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북군 점령지에서 병사들 사이를 누비며 정보를 모으고, 직접 적진을 가로질러 남군 장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 체포되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며 시대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3. 엘리자베스 밴 루(Elizabeth Van Lew, 1818~1900)
밴 루는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한복판에서 북군을 위한 첩보 활동을 벌인 인물입니다. '그레이 호스트(Gray Ghost)'라 불린 그녀는 탈출한 북군 포로들을 숨겨주고, 흑인과 백인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정보원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남군의 방어 시설과 부대 배치에 관한 정밀한 정보를 북군 장군 울리시스 그랜트에게 제공하며 전쟁 후반부 북군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4.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 1822~1913)
노예 해방 운동가이자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의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터브먼은 남북전쟁 중에는 북군의 첩보원이자 정찰병으로도 활약했습니다. 그녀는 남부 영토 깊숙이 잠입해 남군의 병력 규모, 진지 위치, 작전 계획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으며, 무려 700여 명의 노예를 해방시킨 코머페리 강 습격 작전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5. 메리 바우저(Mary Bowser, 1839~1905)
흑인 여성 첩보원 바우저는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의 관저에서 하녀로 일하며 첩보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하인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대통령의 서재에 있는 기밀 문서까지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엿들은 대화와 문서에서 얻은 최상급 정보는 엘리자베스 밴 루의 네트워크를 통해 북군에 전달되었습니다.
6. 사라 에마 에드먼즈(Sarah Emma Edmonds, 1841~1898)
캐나다 출신의 에드먼즈는 '프랭크 톰슨(Frank Thompson)'이라는 남성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북군에 입대, 약 2년간 복무했습니다. 그녀는 게티즈버그 전투를 비롯한 여러 전투에 참전했으며, 남장한 신분 덕분에 적진 뒤편으로 잠입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첩보 활동에 투입되었습니다.
이처럼 남북전쟁의 승패 뒤에는 대담하게 활약한 여성 첩보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정보는 전선의 움직임을 좌우했고,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역사의 이면에 가려져 있었지만, 오늘날 이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첩보 영웅들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