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은 특정한 날 갑자기 종식된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1917년 말부터 1918년 말까지 약 1년에 걸쳐 여러 전선에서 차례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고, 그중에서도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발효된 서부 전선 휴전이 전쟁의 상징적인 종결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전선에서는 어떤 순서로 총성이 멎었을까요?
발칸에서 시작된 동맹국의 붕괴: 살로니카 휴전(1918년 9월 29일)
동맹국 진영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곳은 발칸 반도였습니다. 연합군의 마케도니아 전선 공세에 밀린 불가리아는 1918년 9월 29일 그리스 살로니카에서 휴전협정에 서명하며 전쟁에서 이탈했습니다. 불가리아는 4개 동맹국 중 최초로 항복한 나라였으며, 이로 인해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남부 방어선과 오스만 제국으로 이어지는 보급로가 크게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물러남: 무드로스 휴전(1918년 10월 30일)
메소포타미아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연합군에게 연패한 오스만 제국은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여력을 잃었습니다. 결국 1918년 10월 30일, 오스만 제국은 에게해 렘노스섬의 무드로스 항에서 연합국과 휴전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으로 다르다넬스 해협이 개방되었고 오스만 군대는 즉각 동원 해제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 전선의 전투도 사실상 이 휴전과 함께 종료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전선의 종언: 빌라 주스티 휴전(1918년 11월 3일)
1918년 10월 말 비토리오 베네토 전투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내부 분열의 기미까지 보이며 항복길에 나섰습니다. 11월 3일,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 인근의 빌라 주스티에서 휴전협정이 서명되었고, 다음 날인 11월 4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이탈리아 전선의 전투가 공식적으로 끝났습니다.
전쟁의 상징적 종결: 서부 전선 휴전(1918년 11월 11일)
모든 전선의 종결을 대표하는 사건은 단연 서부 전선의 휴전입니다. 프랑스 컹피에뉴 숲의 철도 차량 안에서 연합군 총사령부와 독일 대표단이 휴전협정에 서명했고, 협정은 그날 오전 11시에 발효되어 전선의 총성이 멎었습니다. '11월 11일 11시'라는 기억하기 쉬운 시각 덕분에 이 날은 이후 매년 휴전 기념일로 지켜졌으며,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현충일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한편 휴전 발효 직전까지도 전투가 이어져 마지막 날에만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쟁의 처참함을 잘 보여줍니다.
그 밖의 전선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나?
코카서스 전선: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는 전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은 에르진잔에서 휴전을 체결해 코카서스 전선의 대규모 전투가 중단되었고, 이는 1918년 3월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프리카 전선: 독일령 동아프리카에서는 폰 레토프포르베크가 이끄는 독일 식민지군이 오랫동안 게릴라전을 이어갔습니다. 유럽 본토의 휴전 소식이 전해진 뒤인 1918년 11월 말에야 이 부대가 영국군에 항복하면서 아프리카 전선이 완전히 종료되었습니다.
태평양 전선: 태평양과 중국 연안의 독일 식민지와 거점들은 전쟁 초기인 1914년에 이미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연합국 측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기 때문에, 별도의 장기 전투 없이 전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휴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완성된 평화
휴전은 어디까지나 '싸움의 중단'일 뿐, 전쟁의 공식적인 끝은 아니었습니다. 1919년 1월 파리 강화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로 1919년 6월 28일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면서 독일과 연합국 간의 전쟁 상태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후 생제르맹 조약(오스트리아), 트리아농 조약(헝가리), 뇌이 조약(불가리아), 로잔 조약(오스만 제국의 후신 튀르키예)이 잇달아 체결되며 제1차 세계대전의 뒷정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요컨대 제1차 세계대전은 살로니카(9월 29일) → 무드로스(10월 30일) → 빌라 주스티(11월 3일) → 서부 전선(11월 11일)의 순서로 휴전이 확산되며 막을 내렸습니다. 각 전선의 휴전이 모여 하나의 전쟁을 끝냈다는 사실은, 전쟁의 종결조차 국제적 합의의 집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