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은 유럽의 오랜 질서를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고, 러시아 제국은 혁명으로 흔들리면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신생 독립국이 탄생했습니다. 전쟁의 승전국들이 주도한 베르사유 체제 속에서 지도는 다시 그려졌고, 그 결과로 등장한 새로운 나라들을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유럽에서 새로 독립한 국가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해체와 러시아 제국의 붕괴는 중부·동유럽에 다수의 민족 국가를 만들어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오랫동안 하나의 제국으로 존재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전쟁 패배 후 여러 개의 독립국으로 분할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각각 별도의 공화국으로 독립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국의 영토는 주변 신생국들에게 분배되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
구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에 슬로바키아, 루테니아 일부를 합쳐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성립되었습니다. 토머스 마사릭을 중심으로 한 민족 운동이 결실을 맺은 사례입니다.
발트 3국 —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의 혼란을 틈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1918년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발트해 연안의 이 세 나라는 약 20년간 독립을 유지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에 편입되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짧은 내전을 거쳐 공화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폴란드
18세기 말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되어 지도에서 사라졌던 폴란드는 123년 만인 1918년에야 독립을 회복했습니다. 제2공화국이라 불리는 이 시기의 폴란드는 발트해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부활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가 합류하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지역 일부가 더해져 1918년 '세르브-크로아트-슬로베네 왕국'이 수립되었습니다. 이 나라는 1929년 국호를 유고슬라비아로 변경합니다.
중동 지역의 신생 국가들
오스만 제국의 해체로 중동의 정치 지형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다만 이 지역의 많은 국가는 완전한 독립국이 아니라 국제연맹 위임통치령으로 출발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라크
오스만 제국의 바스라, 바그다드, 모술 3개 주를 통합하여 이라크가 형성되었으며, 초기에는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았습니다.
레바논과 시리아
레바논은 구 오스만의 레바논 산지(마운트 레바논) 지역을 기반으로, 시리아는 다마스쿠스, 알레포, 데이르에조르 등의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되었고 두 나라 모두 프랑스의 위임통치 하에 놓였습니다.
팔레스타인과 트란스요르단
예루살렘, 나블루스, 아코 지역을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령이 영국 관리 하에 설립되었고, 그 동쪽 지역은 1921년 트란스요르단(현 요르단)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반도의 여러 토후국과 술탄국이 이븐 사우드의 정복 사업을 통해 통합되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건설되었습니다. 최종적인 통합 완성은 1932년이었지만, 그 기틀은 대전 직후 마련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변화
이집트
이집트는 1922년 명목상 영국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실질적인 주권은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획득해야 했습니다.
남아프리카 연방
남아프리카는 1910년 영국 내 자치령(Dominion)으로서 남아프리카 연방이 되어 사실상의 자치권을 얻었고, 이후 점진적으로 독립적 지위를 강화해갔습니다.
라이베리아
흥미롭게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완전한 독립국은 라이베리아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미국에서 귀환한 해방 노예들이 건국한 이 나라는 식민주의 물결 속에서도 주권을 유지했습니다.
아시아의 독립 움직임
터키
패전국이 된 오스만 제국은 해체의 위기에 처했지만,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끈 독립전쟁 끝에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후계 국가로서 근대화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1919년 제3차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영국으로부터 외교적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몽골
몽골은 1911년 청나라 멸망기를 틈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며, 이후 소련의 영향 아래 1924년 인민 공화국으로 재출범했습니다.
마무리 — 지도를 다시 그린 전쟁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립 국가들은 '민족자결'이라는 새로운 원칙 위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중동의 위임통치 체제처럼 명분과 현실이 어긋난 경우도 많았고, 이러한 경계선과 모순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지의 분쟁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후 지도의 재편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국제 질서의 출발점을 읽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