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아일랜드는 미국 건국 초기 13개 주 중 가장 마지막까지 새 헌법 비준을 거부한 주였습니다. 다른 주들이 이미 헌법을 비준해 연방 정부가 출범한 뒤인 1790년에야 비준에 동의했는데, 그 배경에는 연합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이라는 기존 체제를 고수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로드아일랜드가 연합규약의 변경을 꺼린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주권에 대한 강한 자부심
로드아일랜드는 독립적인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고, 주권을 지키는 일에 극도로 민감했습니다. 연합규약은 각 주에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반면, 새 헌법은 연방 정부의 권한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로드아일랜드 입장에서 이는 곧 자신들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2. 경제적 우려
로드아일랜드는 영토는 작지만 무역과 해운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진 주였습니다. 강력한 연방 정부가 생기면 무역 규제나 관세 정책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로드아일랜드는 관세 장벽 없이 자유롭게 무역하던 기존 방식을 선호했으며, 연방 정부의 통상 규제가 작은 주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강력한 중앙정부에 대한 두려움
로드아일랜드는 영국 본국 정부와의 갈등 끝에 독립을 쟁취한 역사를 가진 주였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중앙정부가 언젠가 또다시 억압적인 권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깊이 경계했습니다. 연방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각 주에 실질적인 통제권을 남겨두던 연합극약 체제가 로드아일랜드에게는 훨씬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4. 새 헌법에 대한 구체적인 반대 사유
로드아일랜드는 새 헌법에 대해 몇 가지 명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 권리장전(Bill of Rights) 부재 —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
- 주간 통상 규제 권한 — 연방 정부가 주 간 상거래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
- 주권 보장의 결여 — 각 주가 주권을 계속 유지한다는 명시적 보장이 없다는 점
로드아일랜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헌법 비준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며, 실제로 1788년 3월 열린 주민투표에서도 새 헌법을 압도적으로 거부했습니다.
비준 지연이 남긴 의미
로드아일랜드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국 전체의 강력한 중앙정부 수립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행정부가 출범하고 권리장전 도입 논의가 진전되면서, 로드아일랜드도 결국 1790년 5월 29일 새 헌법을 비준하며 연방에 합류했습니다. 이로써 로드아일랜드는 원래 13개 주 중 마지막으로 비준한 주가 되었고, 당시 비판자들이 붙인 '로그 아일랜드(Rogue Island)'라는 별명처럼 독보적으로 독립적인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