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중세 사람들은 정말 씻지 않았을까? 목욕탕·화장실로 보는 중세 위생 문화의 진실

중세 사람들은 정말 씻지 않았을까? 목욕탕·화장실로 보는 중세 위생 문화의 진실

중세는 유럽 역사에서 가장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도 가장 많이 오해받는 시대입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중세 축제나 롤플레잉 게임의 인기에서도 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에는 끊임없는 편견이 따라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세 사람들은 몸을 씻지 않았다"는 통념입니다. 이 믿음은 어디서 왔고, 실제 역사적 사실은 무엇일까요?

중세 사람들에게 청결은 이미 중요한 가치였다

중세 유럽을 다룬 영화 속에는 언제나 흙투성이 얼굴의 농부나 장인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그런 장면에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그는 왜 세수를 하지 않는 걸까?"라고 되묻는 일은 드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실제로 그들은 씻었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았습니다. 청결이 건강과 직결되며, 개인 위생이 부족하면 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상처에 묻은 먼지가 감염을 일으키고, 배설물과의 접촉이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지식은 미생물학 없이도 수천 년간 축적된 생활의 지혜였습니다. 인류가 오물과 흙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진화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입니다. 중세의 마을과 도시에서도 청결과 규칙적인 목욕은 가능한 한 지켜야 할 일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의 실제 위생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목욕탕과 상하수도, 고대 로마가 물려준 인프라

특히 중세 초기와 후기의 위생 환경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는 식수 공급과 오물 처리를 위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 출발점은 바로 고대 로마입니다. 로마는 대륙 곳곳에 수로를 건설했고, 그 상당수는 오늘날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중세 초기에 이들 시설은 여전히 작동했고, 마을과 도시에는 신선한 식수와 목욕물을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목욕탕 역시 로마 시대부터 중세까지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목욕 문화가 단순한 몸 씻기를 넘어 오락과 여흥의 공간이었던 것처럼, 중세에도 목욕탕은 계속 사용되었고 새로운 목욕탕들이 곳곳에 지어졌습니다. 일반 시민이 일주일에 한 번쯤 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으며, 옷을 빨래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극도로 가난한 농촌에서는 이런 사치가 불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중세인의 얼굴이 늘 먼지 껍질로 덮여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목욕탕은 의료적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치아를 뽑고, 부항을 붙이고, 사혈을 하거나 머리카락을 깎는 일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현대 의학 기준으로 보면 부족했겠지만, 당시 사람들의 삶에서 목욕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컸습니다.

화장실과 오물 처리,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배설물 처리 역시 통념만큼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물과의 접촉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주요 도시에는 공용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땅을 파서 오물 웅덩이를 만들고 그 위에 나무 판자로 간단한 변소를 세운 형태였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부유한 시민들은 집 뒤에 전용 오물 구덩이를 두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물이 식수원에 스며들어 전염병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시대를 막론한 도시의 숙제였습니다.

'더러운 중세' 신화는 사실 근대가 만들었다

그렇다면 중세가 더러운 시대라는 인식은 어디서 왔을까요? 결정적인 전환점은 14세기의 대역병, 즉 흑사병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질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진다는 사실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욕탕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최대한 피했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을 피하려 교회에 모인 사람들이 오히려 감염을 키웠지만요.

흑사병 이후 중세는 막을 내립니다(15세기 중반~16세기 초). 이후 개인 위생 수준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해도,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뒤를 이은 근대의 신사들이었습니다. 18세기 베르사유의 귀족들은 세탁과 목욕을 최소화하고, 대신 향수와 가루로 악취를 덮으며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한 번 목욕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문제는 역사를 쓴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라는 점입니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고, 모든 것이 나쁘고 모든 사람이 무지하고 더러웠다고 묘사한 것은 바로 이 근대의 기록자들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신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청결, 특히 손 씻기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팟캐스트에서는 중세뿐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까지 위생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많은 청취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