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EGB(Educación General Básica, 의무 기초 교육)를 공부하던 시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현재 교육 과정과의 동등성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시절 언어 과목에서 가장 자주 등장했던 질문은 바로 '스페인 각 지역 주민들을 부르는 이름', 즉 젠틸리시오(gentilicio)였습니다. 그중 일부는 마을 이름과 언뜻 연결점을 찾기 어려워서, 그저 외워두면 시험에서 한 문제는 덜 틀리는 암기 항목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체 왜 하필 이런 명칭이 붙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논리적이었습니다. 많은 도시의 젠틸리시오는 그 도시가 설립되었을 당시의 이름, 즉 고대 로마 시대의 라틴어 지명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스페인 곳곳의 지명과 주민 호칭에는 2,000년 전 히스파니아(Hispania)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셈입니다.
아래는 당시 저를 가장 헷갈리게 했던 라틴계 지명 목록입니다. 로마 시대 이름, 현재 이름,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젠틸리시오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 로마 시대 이름 | 현재 이름 | 젠틸리시오(주민 호칭) |
| 아스투리카 아우구스타(Asturica Augusta) | 아스토르가(Astorga) | 아스티센스(Astigense) |
| 빌빌리스(Bilbilis) | 칼라타유드(Calatayud) | 빌비리탄(Bilbilitano) |
| 칼라구리스(Calagurris) | 칼라오라(Calahorra) | 칼라구리탄(Calagurritano) |
| 에메리타 아우구스타(Emerita Augusta) | 메리다(Mérida) | 에메리텐세(Emeritense) |
| 가데스(Gades) | 카디스(Cádiz) | 가디탄(Gaditano) |
| 게룬다(Gerunda) | 지로나(Girona) | 게룬덴세(Gerundense) |
| 히스팔리스(Hispalis) | 세비야(Sevilla) | 히스팔렌세(Hispalense) |
| 일레르다(Ilerda) | 레리다(Lérida) | 일레르덴세(Ilerdense) |
| 일리시(Illici) | 엘체(Elche) | 일리키타노(Illicitano) |
| 루쿠스 아우구스티(Lucus Augusti) | 루고(Lugo) | 루센스(Lucense) |
| 말라카(Malaca) | 말라가(Málaga) | 말라키탄(Malacitano) |
| 오누바(Onuba) | 우엘바(Huelva) | 오누벤세(Onubense) |
| 타라코(Tarraco) | 타라고나(Tarragona) | 타라코넨세(Tarraconense) |

표에서 볼 수 있듯 스페인의 도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로마 제국이 히스파니아 반도를 통치하던 시절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다음에 세비야의 '히스팔렌세', 타라고나의 '타라코넨세' 같은 표현을 접하게 되면, 그것이 2천 년 전 라틴어 지명에서 이어져 온 것임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