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한니발이 꼽은 역사 최고의 전략가, 왜 하필 '피로스'일까?

이 블로그에서는 이미 카르타고의 영웅 한니발과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몰락한 뒤, 안티오코스 왕의 궁정에서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전해지는 이 유명한 일화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시의 여러 화제(전쟁, 포도주, 연회 등)를 나누던 중 로마 장군 스키피오가 한니발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상 최고의 장군, 즉 최고의 전략가는 누구입니까?"

한니발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첫째는 알렉산더, 둘째는 피로스, 셋째가 저입니다."

스키피오가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자마 전투에서 당신이 저를 이겼더라면 어땠겠습니까?" 한니발은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제가 첫 번째가 되었을 것입니다."

한니발(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물)과 스키피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지만,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 피로스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 선택입니다. 논쟁의 여지가 매우 큰 인물이죠.

피로스는 누구인가?

피로스(Pyrrhus)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북서부 에피로스(Epirus)의 왕이었습니다. 통치 기간 동안 그의 영토는 크게 넓어졌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가였습니다. 그가 거둔 많은 승리에서 치른 인적·물적 손실이 얻은 이득보다 오히려 컸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겨도 남는 것이 없는 승리'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용어가 바로 그의 이름에서 따온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 즉 '불멸의 승리'입니다.

특히 강대한 로마 군단을 상대로 아우스쿨룸(Ausculum) 전투에서 기껏해야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둔 뒤, 피로스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이렇게 탄식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한 번만 더 승리한다면, 나는 완전히 패배하고 만다."

한니발이 꼽은 역사 최고의 전략가, 왜 하필  피로스 일까?

승리의 목록만 나열하면 위대한 정복자처럼 보여도, 그 대가를 계산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피로스의 사례는 '이긴 횟수'가 아니라 '남은 결과'로 전략을 평가해야 한다는 역사의 오래된 교훈을 보여줍니다. 한니발이 그를 알렉산더 다음가는 전략가로 꼽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