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로마력 11월, 파종의 달에 펼쳐진 신들의 축제 이야기

11월은 로마력으로 아홉 번째 달입니다. 로마의 종교 및 축제 생활에서 각 달이 지닌 중요성과 의미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11월은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꼽힐 것입니다. 파종의 계절이었던 이달에는 화려한 경축보다 풍년을 보장할 농사일에 시간을 쏟는 일이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대 로마 사회는 본래 농경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11월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달이었죠. 이달의 수호 여신은 페로니아(Feronia)로, 다산과 풍요의 수호자이자 디아나, 세레스, 포르투나, 플로라가 함께하는 만신전의 동반자였습니다.

11월 칼렌드(대략 4일~17일) 직후에는 Ludi Plebeii, 즉 '평민 게임'이 열렸습니다. 티토 리비우스(Tito Livio)의 기록에도 이미 언급된 이 축제는 고대 로마의 두 대립 계급인 평민과 귀족을 화해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11월 8일은 지하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 마지막 날로 여겨졌으며, 이를 mundus patet(문두스 파텟)이라 불렀습니다.

경기 도중인 13일에는 Epulum Iovis, '유피테르의 연회(Jupiter's Banquet)'가 거행되었습니다. 카피톨리누스 신들의 조각상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푹신한 소파 위에 안치하고, 유피테르는 기대앉고 주노와 미네르바는 나란히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인기 축제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연회의 음식 자체는 검소하고 소박했습니다.

로마력 11월, 파종의 달에 펼쳐진 신들의 축제 이야기

그날은 풀비나리아(Fulvinaria) 축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모든 의식은 septemviri epulonum, 즉 종교 의식을 주관하던 일곱 명의 사제로 구성된 '에풀론' 단체가 집행했습니다. 에풀론이 남긴 유산 중 하나는 오늘날에도 가톨릭 사제들이 사용하는 용기인 '파텐(paten)'입니다.

11월 22일에는 지하 세계의 신들인 프로세르피나(Proserpina)와 플루토(Pluto)를 기리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 글은 『용기』의 저자 가브리엘 카스텔로(Gabriel Castelló)와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