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역사를 달궈온 최음제, 스페인 파리(칸타리다)의 유혹과 위험

스페인 파리는 사실 파리가 아니다

'스페인 파리(Spanish fly)' 또는 '칸타리다(cantárida)'로 불리는 이 곤충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파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실체는 물푸레나무에 서식하는 작고 선명한 녹색 풍뎅이의 일종입니다. 이 곤충의 몸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얻는 화학 물질이 바로 칸타리딘(cantharidin)입니다.

역사를 달궈온 최음제, 스페인 파리(칸타리다)의 유혹과 위험

고대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용도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이 화합물이 피부 궤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술했으며,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악취탄(스킨크 밤)의 성분 중 하나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가장 널리 쓰인 용도, 그리고 이 물질이 끊임없이 '소비'되어 온 진짜 이유는 단연 강력한 최음제였습니다.

권력과 사랑, 그리고 위험한 기록들

칸타리딘은 소량을 통제하여 복용할 경우 혈관을 확장시켜 남성의 발기를 오래 지속하게 하고, 약물이 닿은 부위의 신경 감각을 자극합니다. 다만 과다 복용 시 치명적일 수 있어 극도로 조심스러운 사용이 필요했습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아내 리비아는 이 물질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습니다. 남편의 정적들이 먹는 음식에 몰래 섞어 성적인 추문을 부추긴 뒤, 그것을 빌미로 협박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드 후작은 난교 자리에서 과다 복용을 일으켜 여성 여럿이 목숨을 잃는 사건을 벌여 독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톨릭 왕 페르난도 2세는 스페인 파리를 남용하다 사망했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자신보다 거의 40세 어린 젊은 아내를 만족시키려다 그만 둔 것이니, 권력자의 안타까운 최후라 할 만합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칸타리딘이 들어간 '리슐리외 환(Richelieu pastilles)'이라는 정제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복어처럼,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스페인 파리는 잘못 복용하거나 처리하면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본의 복어(후구)와 비슷한 운명을 걸어왔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목적으로의 인체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가축 등 동물의 번식 교배를 돕는 용도로는 여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