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이색적인 궁정 직책 중 하나인 '대변의 신랑(Groom of the Stool)'은 배설물 시중꾼, 즉 위생 처리 담당관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군주가 대소변을 본 뒤 은밀한 부위를 청소하는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는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몰라도 당시 귀족 가문들 사이에서는 이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친밀함'이었습니다. 군주의 가장 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던 이 청소부는 자연스럽게 왕실의 절대 신임자가 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왕의 개인 비서로까지 성장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대변의 신랑 중 한 명은 영국 헨리 8세 통치기에 그 자리를 지녔던 헨리 노리스 경(Sir Henry Norris)입니다. 그는 궁정 음모에 깊숙이 연루되다가 앤 볼린과의 간통 혐의로 기소되어 끝내 참수형에 처해졌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성 베드로의 왕좌에 앉는 교황 역시 이러한 관리들, 곧 '화장실의 기사'를 거느렸습니다. 이 기사들은 교황을 호위하고, 교황의 뒷처리를 도우며, 거룩하고 신성한 '잔여물'까지 처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한 인물은 예외였습니다.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호화로운 시중을 받으며 자란 교황 아나스타시우스 2세는 짧은 재위 기간 동안에도 평소와 같은 사치를 누리며 살았지만, 동시에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서 다른 인간들처럼 행동한 최초의 교황으로 기록되었습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신학자 라파엘레 마페이(일명 볼테라노)는 방대한 백과사전 Commentariorum urbanorum Libri octo et triginta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 그는 자신의 내장을 변기에 비웠다."
출처: 『교황과 섹스』 – 에릭 프라티니(Eric Frattini) 지음, 인간과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