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색슨권 역사서에는 종전 직전 SS 대원과 나치 고위 관료들이 터널과 동굴 곳곳에 금괴, 미술 작품, 무기 등 각종 보물을 매장했다는 일화가 가득하다. 하지만 게르만 민족이 남긴 보물에만 열광할 필요가 있을까? 폴란드인에게도 자신들만의 '보물'이 있었다. 국내군(Armia Krajowa) 병사들이 광산 깊은 곳에 숨겨둔 바로 그 무기고가 그것이다.
1944년 6월, 자모슈치(Zamość) 지역의 솔스카 원시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대게릴라 작전이 벌어졌다. 총 3만 명에 달하는 독일군 3개 사단은 인근 삼림에서 활동하던 폴란드 무장 지하부대를 격파했다. 이로써 서쪽으로 진격해 오는 소련군을 '주인의 자격'으로 맞이하려 했던 국내군의 계획은 완전히 좌절되고 말았다.

갱도로 이어지는 길은 마이다ン 카슈텔란스키를 지났다…(사진: Magda O, 출처: Panoramio)
아담 시코르스키(Adam Sikorski)는 저서 『비밀의 지도』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소련군의 등장이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자모슈치 지역에서 총봉기는 일어나지 못했다. 많은 게릴라들은 독일군이 축출되자 전쟁이 끝났다고 여겼다(137쪽). 계속 싸우고자 하는 이는 거의 없었고, 수백 점에 달하는 각종 무기는 국내군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지휘부는 이 값진 장비를 새로운 점령자에게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반면 파괴하기에도 아까웠다. 언젠가 다시 봉기가 일어난다면 어쩌지? 결국 내려진 결정은 '무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은닉한다'는 것이었다.
특별 작전은 1944년 8월 중순 시작되었다. 솔스카 원시림 한가운데 '대늪'에 위치한 보이니(Woyny) 야영지에서 이틀에 걸쳐 게릴라들은 스텐 기관단총, 브라우닝 권총, 중기관총(MG)을 닦고 두터운 윤활유를 발랐다. 일종의 '영구 정비'였다. 덕분에 몇 해가 지난 뒤에도 무기가 작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지만, 반대로 나중에 꺼낼 때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꼼꼼하고 오래 걸리는 청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준비된 무기고는 열일곱 개의 컨테이너에 포장된 뒤 천막 방수포로 감싸졌다. 달빛이 밝은 여름밤, 코시첸나 도로, 구레츠코 스타레, 마이다ン 카슈텔란스키를 거친 실려 나른 짐마차 행렬은 먼저 철도 노선에 닿았고, 이어 자모슈치-유제프프 도로를 지나 무기고를 감춘 갱도가 숨어 있는 숲속으로 사라졌다(『비밀의 지도』, 137~138쪽).

무기를 묻기 전, 자모슈치 지역 국내군 병사들.
목적지까지 몇백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서, 솔스카 숲 전투에서 게릴라들을 학살 위기에서 구해낸 공로로 이름을 떨친 국내군 콘라트 바르토셰프스키(Konrad Bartoszewski) '비르(Wir)' 중위는 짐마차를 멈추라고 명령했다. 그는 마차부(현지 주민 출신으로 추정된다)와 호송 부대의 대부분을 돌려보냈다. 현장에는 가장 충성심이 검증된 사관후보생들, 이른바 '바르샤바 사람들'만 남았다. 비슷한 작전에서는 언제나 그랬다(138쪽). 당연한 일이었다. 판돈이 너무 컸으니까.

빌고라지(Biłgoraj) 인근 숲을 뒤덮은 수많은 터널 중 하나로 무기를 옮기는 작업은 거의 새벽까지 이어졌다. '바르샤바 사람들'은 무거운 총신들을 들어 올려 두 개의 별도 갱도에 차례로 쌓아 올렸다. 마지막으로 갱구, 즉 지표로 통하는 출입구에 플라스틱 폭약을 설치했다. 두 차례의 폭발이 울려 퍼졌고, 흙더미가 경사면을 덮으며 모든 흔적을 지워 버렸다.
'보물창고'의 위치를 알던 사람은 십여 명 남짓이었다. 그중 대다수는 종전을 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바르토셰프스키는 살아남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어느 광산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혹은 공산정권이 유지되던 동안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1987년 세상을 떠났고, 빌고라지 근교의 신비한 터널은 오늘날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종전을 눈앞에 둔 독일인과 폴란드인은 놀랄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귀중품을 처리했다. 똑같이 치밀했고, 똑같이 흔적을 지웠다. 하지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폴란드인은 약탈품이 아니라 진짜 자신들의 것을 숨겼다. 둘째이자 더 중요한 것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등을 겨누고 총을 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독일인들이 그런 짓을 얼마나 흔하게 저질렀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출처
- Adam Sikorski, 『Mapa tajemnic. Kronika poszukiwaczy historii』(비밀의 지도 – 역사 탐험가들의 연대기), Vesper,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