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5월 12일, 유제프 피우수츠키(Józef Piłsudski) 원수의 유해가 담긴 관이 크라쿠프 바벨의 성 레오나르도 지하묘실에 안치되었습니다. 수 시간에 걸쳐 진행된 장례 행사에는 무려 25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운집했습니다. 그러나 원수와 작별한 곳은 결코 크라쿠프만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세계 각국은 그에게 어떤 예우를 갖추었을까요?
얼마 전 나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애도 행사에 대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폴란드 지도자의 죽음을 두고 나치조차 그토록 성대한 작별 인사를 보냈다면, 우리 동맹국과 우방국들 역시 이에 못지않은 예를 갖추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프랑스, 원수와의 작별 인사
먼저 프랑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유제프 피우수츠키의 죽음을 국가원수의 서거로 간주했습니다. 당시 『일러스트레이티드 데일리 쿠리에르』는 5월 13일자 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애도의 표시로 모든 공공건물의 깃발이 깃대 중간까지 내려왔습니다. 정부의 명령에 따라 오늘뿐 아니라 원수 장례식 당일에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랑스 대사관과 공사관에서 깃발이 조기(弔旗)로 게양될 것입니다."

1935년 5월 18일 파리 수비대 성당인 생루이 성당에서 거행된 피우수츠키 원수 추도식(출처: 퍼블릭 도메인).
장례식 당일인 5월 18일, 파리 수비대 성당인 생루이 성당에서는 웅장하고 엄숙한 애도 미사가 거행되었습니다. 성당 정면은 백적색 깃발과 폴란드 독수리 문장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본당 중앙에 거대한 백적기로 덮인 영구(靈柩)가 마련되었고, 검을 든 네 명의 폴란드 장교가 영결 위병으로 서 있었습니다.
미사에는 현직 공화국 대통령을 대표한 브라코니에 장군을 비롯해, 전직 국가원수 밀레랑, 육군부 장관 모랭 장군, 참모총장 가믈랭 장군, 그리고 베이강 장군 등이 참석했습니다. 파리 주재 외교단 성원들과 수많은 정치인, 프랑스군 고위 장교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폴란드 언론은 또한 "해군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 함대의 모든 군함에서 깃발이 조기로 게양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흥미롭게도 프랑스 정부 수반과 대통령 본인은 불참했습니다.

생루이 성당 추도식의 또 다른 장면(사진: 퍼블릭 도메인).
영국 국왕, 특사를 파견하다
런던에서도 원수에 대한 추모의 예가 갖추어졌습니다. 5월 20일 성야고보 성당에서 엄숙한 영결 미사가 거행되었으며, 다수의 폴란드 교민과 여러 영국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조지 국왕은 그러나드 백작이, 정부는 존 시몬 경이 각각 대표했으며, 물론 삼군 대표단과 외교단 성원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비스툴라 강변의 신문들은 유럽은 물론 그 밖의 도시에서 열린 피우수츠키 추모 행사들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신문 지면에서, 바티칸에서 거행된 영결 미사에 퇴위한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가 참석했고, 훗날 교황 비오 12세가 되는 파첼리 추기경이 대사(大赦)를 집전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 성야고보 성당의 엄숙한 영결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빠져나오는 참석자들(출처: 퍼블릭 도메인).
5월 호 신문을 읽던 독자들은 또한 로마의 성 이냐시오 성당에 무솔리니 본인이 등장했고, 그곳에는 파시스트당 고위 인사 다수가 수행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코펜하겐에서는 덴마크 국왕의 숙부인 발데마르 왕자가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카이로, 텔아비브, 심지어 테헤란에서 열린 추모 행사까지 언급되는 등 더 이국적인 도시들도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스물한 발의 예포
물론 해외 최대 규모의 폴란드 공동체가 있는 곳에서도 원수에 대한 경의가 표현되었습니다. 폴란드 통신사 특파원의 보도에 따르면, 5월 18일 워싱턴에서 공식 추도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과 커델 헐 국무장관을 비롯한 내각 각료들이 참석했으며, 미군 역시 부참모총장이 이끄는 12인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덴마크 국왕의 숙부 발데마르 왕자,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출처: 퍼블릭 도메인).
폴란드 특파원은 "국가 연주가 끝난 후 21발의 예포가 발사되었다"며 자랑스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시카고에서도 유사한 추도식이 열렸으며, 민·군 당국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한편 뉴어크 시의회는 "피우수츠키 원수의 죽음은 전 세계의 손실"이라며 미국 거주 폴란드인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브라질의 애도
약 25만 명의 폴란드인이 거주하던 브라질에서도 당국은 피우수츠키의 추모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당시 수도였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영결 미사에는 대통령 대표, 상원 의장, 하원 대표단, 외무·육군·농무 장관 및 여타 부처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부쿠레슈티에서도 원수의 영혼을 위한 영결 미사가 빠지지 않았습니다(출처: 퍼블릭 도메인).
그러나 가장 격식 높은 추모식은 폴란드 이민자 대다수가 몰려 살았던 파라나 주에서 치러졌습니다. 현지 주지사는 무려 자신의 관할 행정 구역에 3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5월 18일 주도 쿠리티바에서는 브라질 군·민 당국자 다수, 폴란드 영사관 전원, 그리고 수많은 폴란드인이 참석한 엄숙한 추도 미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추모 행사는 폴란드인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세계 곳곳에서 실질적으로 열렸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유제프 피우수츠키가 얼마나 깊은 존경과 예우를 받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