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타 섬에서 3,500년 전 번영을 누렸던 미노아 문명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크노소스의 웅장한 궁전 유적은 유럽 땅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문명이었던 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노아인들은 강력한 함대를 바탕으로 동지중해를 지배했으며, 당대 최강의 무역 강국으로 군림했습니다. 나아가 상형문자와 선형문자A(Linear A)라는 두 가지 문자 체계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형문자A는 충분한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지금까지 거의 해독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후 당시 미케네 그리스어를 표기하는 데 쓰인 선형문자B(Linear B)와 마찬가지로 음절문자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자들이 파악한 바로는 약 70개의 음절 기호, 특정 단어를 나타내는 100여 개의 기호, 그리고 수많은 숫자 기호가 존재하는데, 이는 미노아인들이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수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수수께끼로 가득한 문자
미노아인들은 무역과 행정에서 십진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연구진이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10은 가로선이나 점으로, 100은 원으로, 1,000은 선으로 둘러싸인 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미노아인들이 계산과 수량 기록에 십진 분수까지 활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선형문자A에는 명백히 분수를 의미하는 17개의 기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볼로냐 대학교의 미켈레 코라차(Michele Corazza)와 동료들은 밝혔습니다. 이러한 십진 분수는 삼각형이나 반원형 기호에 하나 이상의 점을 더한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과학계는 이미 이 사실을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각 기호가 어떤 구체적인 분수에 해당하는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남아 있는 점토판이 대부분 파편 상태이고, 기호의 대응 관계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분수마다 하나의 기호
마침내 볼로냐 대학교 연구진은 언어학, 수학, 고고학의 방법론을 결합하고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의 유사 기호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 기호들의 수학적 의미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½(2분의 1)이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분수라는 가설에서 출발했습니다. "½보다 큰 모든 분수는 1/2 + x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코라차는 설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다양한 조합과 분수의 출현 빈도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선형문자A의 모든 분수 기호를 특정 수량으로 분류한 표가 완성되었고, 이 성과는 국제 학술지 '고고학 과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되었습니다. 표를 살펴보면 곡물의 ¼, 1/5 또는 1/20, 1/30을 나타내기 위해 일련의 선이 덧그려진 반원형 기호가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0의 기호는 영문자 'T'와 닮았습니다. 1/60까지의 분수 기호가 발견되었으며, 점토판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분수는 영문자 'J'를 연상시키는 ½입니다.
볼로냐 대학교 연구진은 이번에 사용한 융합 연구 방법이 언젠가 수수께끼로 가득한 선형문자A 전체의 해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출처: 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