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말기, 나치 독일은 상상 그 이상의 병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바로 지구 궤도에 거대한 거울을 띄워 태양광을 한 점에 집중시켜 적의 도시를 태워버린다는 '태양 대포(Sonnengewehr)'였다.
1945년 미국 잡지 라이프(Life)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이 끝난 뒤 독일에 파견된 미국 전문가들은 독일이 실제로 '태양 대포'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소설 속 장치처럼 들리지만, 답은 놀랍게도 '그럴 수 있다'였다.
도시를 재로 만들고, 바다까지 끓인다는 광선
이 거대 거울은 태양광을 지표면의 특정 지점에 하나의 강력한 빔으로 응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적의 도시를 불태워 잿더미로 만드는 것, 나아가 바다를 끓여버리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원안의 구상자는 1923년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로켓 과학자 헤르만 오베르트(Hermann Oberth)였다. 그가 구상한 거울의 직경은 무려 1킬로미터를 넘는 규모로, 도시 전체를 한 번에 불태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르키메데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최후의 무기'
흥미롭게도 태양의 힘을 무기로 쓰려는 발상의 원형은 고대 그리스의 학자 아르키메데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함대를 거울로 불태웠다는 그의 일화에서 오베르트는 '최후의 무기'를 만들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내 우주 거울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눈부시게 하려고 쓰는 거울과 똑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오베르트는 당시 기준으로 300만 마르크라는 막대한 연구 자금을 확보했지만, 실현에는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 자재는 로켓으로 우주공간에 운반된 뒤, 그곳에서 거울을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헤르만 오베르트: 우주 개발의 개척자
1894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이었던 지역에서 태어난 오베르트는 우주과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14세에 첫 로켓 모델을 직접 만들었으며, 이후 유명한 V2 로켓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제자이자 V2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인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과 함께 미국으로 옮겨져 NASA의 로켓 개발 프로그램에 협력했다. 1962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1989년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1950년 미국에 머물던 헤르만 오베르트
연합군 수사관들을 얼어붙게 만든 설계도
연합군이 1945년 그의 계획서를 입수했을 때, 그 디테일은 보는 이들을 말문이 막히게 했다. 설계에 따르면 거대 거울은 지구 상공 35,785km의 정지 궤도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대포'의 운용은 우주정거장 승무원이 담당했다. 정거장에는 로켓 도킹 시스템은 물론, 태양전지판과 식량을 재배할 수경재배(수경법) 정원까지 갖춰질 계획이었다.
1945년 라이프(Life) 잡지에 실린 기사
'태양 대포' 운용을 위해 구상된 우주정거장
몽환은 현실이 되는가
당시 기술 수준에서 오베르트의 계획은 비현실적인 몽상으로 치부되며 사실상 좌절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99년 러시아는 우주공간의 태양 거울을 이용해 지표면을 가열하는 계획을 공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상상은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한때 몽환으로 여겨졌던 아이디어들은 다시 현실의 문턱으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