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안개로 덮인 전략적 요충지, 아르덴
아르덴(Ardennes)은 벨기에 남동부에서 룩셈부르크, 프랑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삼림과 험준한 구릉지대입니다. 지형이 어렵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대규모 기계화 부대의 기동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역설적으로 그 점 때문에 기습 공격의 통로로 주목받았습니다. 실제로 1940년 독일군이 프랑스를 침공할 때도 이 지역을 관통해 연합군을 기습한 바 있으며, 4년 후인 1944년 말에는 다시 한번 거대한 전장이 되었습니다.
1944년 12월 16일,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
2차 세계대전 말기, 서부 전선에서 계속 밀려나던 독일은 아르덴 지역을 무대로 대규모 반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른바 '아르덴 공세(Ardennes Offensive)', 흔히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로 불리는 이 작전은 1944년 12월 16일 시작되었으며, 나치 독일이 전쟁에서 시도한 마지막 대규모 공세였습니다.
독일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연합군 진영을 두 동강 내고, 벨기에의 주요 보급항인 안트베르펜을 점령해 연합군의 물자 수송망을 차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짙은 안개와 눈보라 속에서 시작된 기습은 초반에 성공을 거두며 연합군 전선에 깊은 '돌출부(bulge)'를 만들었고, 이것이 전투 이름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연합군의 저항과 독일군의 패배
그러나 공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개어 연합군의 항공 지원이 복원되면서 전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특히 바스토뉴에서 고립된 채 끝까지 버틴 미군 제101공수사단의 완강한 저항이 독일군의 진격을 크게 늦췄습니다. 결국 연합군은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한 뒤 강력한 반격에 나서 독일군을 패퇴시켰습니다.
벌지 전투는 전쟁 전체에서도 가장 처참한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연합군 측에서만 19,000명 이상이 전사하고 45,00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전투의 실패로 독일은 남아 있던 정예 병력과 물자를 모두 잃었고, 몇 달 뒤인 1945년 5월 마침내 항복하며 유럽의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