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 미국 폭격기는 공중전에서 적기를 얼마나 격추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상공을 날던 미국 육군항공대(USAAF)의 B-17 '플라잉 포트리스'와 B-24 '리버레이터'는 강력한 방어 화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폭격기들은 실제로 공중에서 적 전투기를 얼마나 격추할 수 있었을까요?

화력만 보면 '하늘의 요새'

B-17G형은 12.7mm M2 중기관총 13정을 장착했고, B-24 역시 10여 정의 기관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폭격기들은 '컴뱃 박스(combat box)'라 불리는 조밀한 편대를 구성해 서로의 사각을 덮으며 다층적인 교차 사격망을 형성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독일 전투기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철벽이었습니다.

화려한 격추 주장,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종전까지 제8항공군 폭격기 사수들은 공식적으로 약 6,000대에 달하는 적기 격추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전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전과는 실제보다 크게 과장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수가 같은 목표물을 향해 동시에 사격하다 보니 동일한 적기를 중복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피격당한 독일기가 실제로 추락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독일 측 기록과 교차 검증한 결과, 폭격기 방어 사격으로 실제 격추된 적기는 주장된 숫자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잃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전과

문제는 손실과의 비교입니다. 제8항공군은 종전까지 전투 손실로 약 4,700대의 중폭격기를 잃었고, 승무원 2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43년 10월 14일, 이른바 '검은 목요일'로 불린 슈바인푸르트 급습에서는 출격한 B-17 291대 가운데 무려 60대가 격추되었습니다. 반면 그날 사수들이 주장한 격추 수는 100대를 넘었지만, 독일군의 실제 손실은 30~40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즉, 호위 전투기 없이 돌파한 임무에서는 폭격기 한 대를 잃을 때 확실히 격추한 적기가 한 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어 기관총이 아무리 많아도 고속·고기동하는 단발 전투기를 따라잡거나 요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답은 호위 전투기였다

이러한 참사를 거듭한 끝에 미군이 찾은 해답은 장거리 호위 전투기였습니다. 증조 탱크를 단 P-47 선더볼트, 그리고 베를린 왕복 비행이 가능한 P-51 머스탱이 1944년 초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호위 전투기들은 독일 공군 전투기 부대를 소모전으로 몰아붙여 붕괴시켰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 무렵에는 유럽의 제공권이 연합군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결론

미국 폭격기의 방어 화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고, 실제로 상당수의 독일 전투기를 격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감당한 손실에 비하면 공중전 전과는 미미했으며, '폭격기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초기의 믿음은 결국 깨지고 말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폭격기의 생존과 제공권 확보는 궁극적으로 전투기의 몫이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