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크롬웰은 결코 왕이 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은 잉글랜드의 국왕이 된 적이 없습니다. 그는 1653년부터 1658년 사망할 때까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 연방(Commonwealth)의 호국경(Lord Protector)이라는 직위로 나라를 통치했습니다.
호국경은 어떤 자리였나?
호국경은 국왕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직위였지만, 명목상의 군주는 아니었습니다. 크롬웰은 청교도 혁명(잉글랜드 내전)에서 의회파 군대를 이끌고 왕당파를 격파했으며, 1649년 국왕 찰스 1세가 처형된 후 수립된 공화정 체제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이후 장기간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그는 1653년 12월 호국경으로 취임하며 사실상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눈앞의 왕관을 거절한 남자
흥미로운 점은 크롬웰에게도 왕이 될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657년 의회는 '겸손한 탄원(Humble Petition and Advice)'을 통해 그에게 왕위를 제안했지만, 크롬웰은 여러 주간의 고민 끝에 이를 거절했습니다. 왕정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던 인물로서 왕관을 쓰는 것은 모순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호국경직을 유지하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후의 운명과 왕정 복고
1658년 크롬웰이 사망하자 아들 리처드 크롬웰이 뒤를 이었으나 정치적 역량 부족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러났고, 결국 1660년 찰스 2세가 즉위하며 왕정이 복고되었습니다. 왕정 복고 이후 크롬웰은 '역적'으로 규정되어 시신이 무덤에서 끌어나와 처형되는 극단적인 보복까지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왕은 아니었지만, 영국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른 비군주 통치자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